내일은 어떤 낭만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흘려보내면 평범한 일상이 되고, 매일 기록하면 낭만주의가 된다.
'나는 그동안 내 기록을 너무 등한시한 것은 아닐까.' <기록이라는 세계>를 읽은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어딜 가든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하고, 일상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쌓이고 쌓인 기록을 그저 '아, 그때 기록했었지.'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내 기록을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은 먼 훗날 돌아보고 후회하는 일이 생길까 봐였다. 어릴 때도 일기를 항상 쓰곤 했는데, 그 일기를 돌아봤을 때 상처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막상 기록하고도 그걸 돌아보는 데는 막대한 용기가 필요했다. 설령 돌아본다 해도 더 깊이 음미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하루는 용기를 내 그동안 내가 쓴 모닝 페이지, 인스타그램 독서 기록과 갤럭시 사진첩에 기록한 사진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내 인생이 마냥 제자리걸음인 거 같아 부끄럽기도 했는데, 기록을 하나씩 살펴보니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내가 보였다.
여전히 부끄럽기도 하지만, 곧 이 부끄러움이 언젠가 조금씩 옅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든다.
위의 사진은 여름에 산책하면서 찍은 우리 집 마당에 핀 장미다.
작년 여름의 나는 이 장미를 하루 종일 바라보면서 웹소설을 구상하기도 했고, 에세이를 머리로 써보기도 했다.
몽롱한 여름 열기 속 나는 예쁘게 피어난 장미를 보고 별별 생각을 다했던 것이다.
사진 기록 외에 언젠가 브런치에도 기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하게 되었다.
그때 생각한 모든 것을 담기는 어렵지만, 장미 사진을 보는 순간 붉은 장미가 내게 주었던 기쁨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찌 보면 마당에 핀 장미는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낭만주의자가 되거나, 단순히 일상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은 나를 설레게 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는 습관을 지속해 나가고 싶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섬세한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나는 기록을 통해 매일매일이 특별해질 수 있음을 깨달은 만큼, 낭만주의자로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인생에서 낭만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것들, 나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려고요. 낭만은 스마트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기록이라는 세계 p127, 리니, 더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