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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을 잊게 해 준 그린티 라테

맛있는 거 먹고, 다시 쓰는 인생에 관하여

by 윤채

요즘 다른 작가님들의 원고를 읽고 리뷰를 쓰다 보면, 종종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있다.



'이 문장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 캐릭터의 매력을 이렇게 살릴 수도 있구나.'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훌륭한 작품을 읽는 건 즐겁지만, 그만큼 나 자신과 비교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언제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내 글은 왜 이렇게 부족해 보일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글을 쓰는 손도 멈춰버린다.



243498fgsdl.jpg Two young women reading a Letter_Pierre Alexandre Wille (French, 1748-1837)




어느 날은 그런 감정이 유독 심했다. 책을 덮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답답함을 떨쳐내고 싶어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눈과 비가 뒤섞여 내리는 날이었다. 손끝이 얼얼할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오히려 그게 정신을 맑게 해주는 듯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원래는 그냥 걷고 끝냈겠지만, 이날은 발길이 저절로 카페 안으로 향했다. 따뜻한 음료가 필요한 기분이었다. 메뉴를 훑어보다가, 예전에 맛있게 마셨던 그린티 라테를 주문했다.



따끈한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늘한 공기를 뒤로하고 한 모금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녹차의 향이 입안에 퍼졌다.



따뜻한 라테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마음 한구석에 있던 불안도 조금씩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20250212_141147.jpg



한숨을 내쉬고 노트북을 켰다. 조금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감정은 사라지고, ‘일단 한 줄이라도 다시 써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끝까지 써보는 것.



문장을 정리하고, 단어를 고쳐 나가면서 점점 마음이 차분해졌다.



맛있는 걸 먹고, 다시 글을 쓰는 것. 이렇게 단순한 행동이지만,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낼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린티 라테 한 잔이 나를 완전히 바꾼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줬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한 모금의 따뜻함을 곁에 두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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