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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를 위한 용기, 타인의 시선에 맞서다

모닝페이지 : 타인은 지옥이다

by 윤채

2-7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힘은 중요하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힘을 준다. -칼 뉴포트

밤에 꿈만 꾸는 사람은 헛되이 사라진다. 하지만 낮에 꿈꾸는 사람은 결국 위험한 존재가 된다. -T.E. 로렌스








평가 지옥, 그 문을 열고

나만의 세상으로





결국 무너지고 자폭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인 것 같다. 나를 두고 뭐라고 평가하는지 평생 시달리면 자기 삶을 살 수가 없다. 남들 말에 비재를 당하면 정작 내 안에 어떤 중요한 게 있는지 안 보이게 된다. 잊지 마라, 가장 중요한 건 '나'다.

-더 빅토리북, 이근, p88



'착한 아이',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얌전한 사람'.



어릴 때부터 나는 그런 평가받는 삶에 익숙했다. 이 말들조차 그때 나를 향했던 모든 평가를 다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꽤 남들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러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같은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벽돌이 되어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새 그것은 견고한 감옥이 되었다.



이제와 돌아보면 그 평가들이 마냥 좋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칭찬 뒤에 숨겨진 기대의 무게가 느껴질 때면, 따뜻한 말도 때로는 나를 특정 틀 안에 가두는 차가운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의 자연스러운 행동 대신 그들이 원하는 틀에 나를 맞추려 애쓸 때면, 내가 과연 누구인가 많은 고민이 되었고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기도 했다. 그렇게 타인이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춰가느라 정작 '진짜 나'는 점점 감옥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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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안의 삶은 답답하다. 입고 싶은 옷 대신 남들이 보기 좋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말 대신 남들이 듣고 싶어 할 말을 고른다. 내 안의 진짜 감정은 꽁꽁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웃는다. 타인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건 생각 이상으로 끔찍한 일이다.



"나를 두고 뭐라고 평가하는지 평생 시달리면 자기 삶을 살 수가 없다"라는 이근 작가의 말처럼, 감옥 안에서는 결코 '나'로서 온전히 숨 쉬며 살아갈 수 없다. 그렇게 옴짝달싹 못 하는 감옥 속에서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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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갇혀 지내다 문득 깨달았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벽돌로 쌓아 올린 이 감옥이, 외부의 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이어진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부족이라는 이름의 벽돌이 내가 스스로 이 감옥을 짓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견고한 감옥의 열쇠는 다른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믿음 부족이라는 이름의 벽돌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바로 내 안에 있었음을. 이제는 그 감옥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한 걸음 내디뎌 본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말이다.



비록 낯설고 두렵지만, 진짜 나의 삶을 살기 위한 용기 있는 첫걸음을 내디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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