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람에게 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
일은 참 좋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내가 사랑하던 일조차 버리고 싶게 만들었다. 능력은 부족한데 목소리만 컸고, 남을 깎아내리는 데는 유난히 열정적이었다.
잘못은 곧잘 남에게 떠넘겼고, 앞에선 웃다가도 뒤에선 무례한 말들을 쏟아냈다. 처음엔 그저 불편한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과 마주하는 일상이 내 열정을 조금씩 갈아먹었다.
'또 저 사람과 일해야 한다니.'
그런 생각만으로 숨이 막히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이 싫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참고 넘기면 된다고 여겼고, 실력으로 증명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그 사람과 엮일수록 나를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예민한 건가?'
'내가 부족해서 저런 말을 듣는 걸까?'
자존감은 점점 깎여나갔고, 어느새 일 자체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미운 게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휘둘리는 나 자신이 더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억울한 감정이 차올랐다.
왜 저 사람 하나 때문에 내가 좋아하던 일을 포기해야 할까?
그때 생각했다. 사람은 바꿀 수 없어도, 내 감정의 방향은 선택할 수 있다고.
감정은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날부터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밤마다, 오늘 내 기분을 상하게 한 말을 써 내려갔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었는지, 얼마나 오래 여운이 남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렇게 단어를 옮기다 보니, 내 분노는 점점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나를 갉아먹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한 기준이 되어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선택했다. 부딪치지 않되, 휘둘리지 않기로. 무례한 말에는 웃으며 선을 그었고, 불합리한 요구에는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과는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누군가 때문에 지쳐 있다면 꼭 전하고 싶다. 그 사람이 당신의 일까지 망치게 두지 말라고. 당신이 좋아하던 일을, 당신답게 지킬 수 있도록 감정의 방패를 만들어보라고. 가장 단단한 복수는, 여전히 그 일을 사랑하며 계속하는 것이다.
사람은 지나간다. 남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사랑하는 그 일이니까.
● 언제나 모호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당신의 진의를 결코 확신하지 못한다. 사악한 악마적인 언어를 구사하면 사람들은 당신의 술수에, 또는 당신의 조종이 일으킬 수 있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할 것이다. -로버트 그린
● 그들은 주위의 모든 것이 그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 사한 것이었다. 그들 머리 위의 하늘과 구름, 나무와 그들 발밑의 땅이 모두 그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 사랑을 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