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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으로부터 살아남기

내공 없는 권위자 vs 진짜 내공 있는 사람

by 윤채

창작을 하다 보면 글보다 사람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글은 고치면 되지만 사람의 말은 때로 방향 자체를 바꿔놓는다. 말은 지나가지만, 그 말에 담긴 태도는 오래 남는다. 특히 그 말이 믿었던 사람에게서 나왔을 때, 상처는 뼛속까지 스며든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건넨 피드백이지만, 유난히 날카롭고 일방적일 때가 있다. 들여다보면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통제에 가깝다.



그 말을 듣고 나면, 고치고 싶다는 마음보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내공 없는 권위자들은 흔히 '자신의 욕망'을 앞세운다.



자신이 아는 것을 증명하려 들고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며 우위를 점하려 한다. 그들에게 피드백은 타인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무기다.



그 무기에 가장 먼저 고통받는 건 타인의 가능성이다. 타인의 시작을 꺾고 나서야 안심하는 말들. 그건 조언이 아니라,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200296fgsdl.jpg Reading (1873)_Berthe Morisot (French, 1841-1895)



반면, 진짜 내공 있는 사람은 다르게 말한다. 그들은 상대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살피고 흐름을 물어본다.



"이 장면, 왜 이렇게 썼나요?"

"이 인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속에서 창작자는 자신의 의도를 되짚게 되고, 다시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피어난다. 다정하면서도 정확한 방향을 틀어주는 피드백이다.



문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틀린 태도다.



남의 글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태도. 그 태도는 창작자를 소진시킨다. 그런 말에 오래 노출되면, 결국 자신조차 자신의 글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피드백의 내용 그 속에 담긴 그 말의 기원을 살펴야 한다.



그 말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자기 확신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누르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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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은 잠깐이지만 내공은 오래 간다. 진짜 피드백은 말이 아닌 태도로 전해지고 권위가 아닌 온기로 남는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키우는 말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다정하다. 그리고 그런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진심을 담아 글을 오래 써본 사람이다.



글보다 사람이 더 어렵고 무서울 때면 나는 그걸 떠올린다.



진짜 창작자는 칼을 문 말이 아니라 글로 증명한다. 그 진심을 잊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든 다시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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