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 순수해도 괜찮을까?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게 사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예전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마음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지.'
그게 사람 사이의 가장 따뜻한 방식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이 무작정 아름답게만 들리지는 않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말 하는 사람이 꼭 남을 호구 취급하더라'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순수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로 이기적인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이기심에 부딪히는 순간 나를 지키기 위해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선을 긋는 일은 곧 관계 속의 계산을 받아들이는 일과도 비슷하다.
나는 원래 계산을 명확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선을 긋는다는 행동 자체가 왠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듯해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나를 이용하려고 할 때까지 순수하고 싶진 않다.
그건 더 이상 포용이 아니라 나를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순수함을 끝까지 붙잡으려고 애쓰면서도 필요할 땐 조금은 독해져야 하는 것 같다.
순수함과 독함 사이, 그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낯설면서도 조금은 자랑스럽다.
완벽하게 순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고 선명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게 내가 선택한 어른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