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쓰지? 훌륭한 작가들의 집필 비결은 뭘까? 이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루틴이다. 루틴! 모든 작가에겐 그만의 루틴이 있다. 바꿔 말하면 루틴이 좋은 글을 쓰는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글쓰기란 행위 자체가 일상의 루틴이 되어야 한다.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하고 머릿속 생각이 자연스럽게 슥 하고 쓰는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리로는 만리장성을 쌓으면서도 손으론 벽돌 한 장 들고 싶지 않은 것이 인간이 아닌가? 그러니 글쓰기는 생각보다 행위가 먼저여야 한다. 생각이 깊으면 행위로 이어지기가 힘들다. 대개 작가들이 글쓰기를 루틴 삼은 이유다.
역사적으로, 글을 잘 썼던 이들, 특히나 작가들, 글로 생계를 이어간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글쓰기가 습관에서 우러나왔다는 점일 테다. 즉, 루틴이다.
왜 습관인가?
모든 훌륭한 글쓰기는 습관에서 나온다
습관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우선 실제로 해야지 하는 마음보다 그냥 하는 행동이 창조성에 기여한다. 해야지 하는 마음에 머무는 상태는 사실상 창조와 무관하다. 실제 손으로 쓰고 움직일 때에야 비로소 부실한 형태이겠으나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좋은 퀄리티든 아니든 그것은 둘째 문제다. 좋은 글이란 본래 수 번 고쳐쓴 글이므로 일단은 보기 힘든 수준의 글이라도 종이 위에 토해내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자에 앉아 책상을 마주해야 한다. 좋은 글은 그 다음이다.
사람들은 보통 모든 구상이 완벽히 마쳐져야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해다. 좋은 글은 사실 종이 위에 끄적거린 아무것도 아닌 상태, 별것 아닌 상태, 초라하고 빈약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말하자면 그저 방금 산에서 캐 온 찰흙덩어리 같은 것이다. 그것이 다비드상 같은 최종 작품으로 다듬어지는 과정이 글쓰기다.
습관은 작은 단위에서 보면 초라한 행위일지 몰라도 그것이 쌓이면 방대한 양의 결과물이 축적된다. 작가가 거뜬히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은 능력의 힘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습관의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글의 바탕은 결국 습관에 있다고 해야겠다. 즉 루틴이 있는가 없는가, 가 글을 쓸 수 있는가 없는가의 핵심이다. 마음이 말할 때 이따금씩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글을 쓰기는 글러먹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작가의 루틴을 구성하는 것들
작가들의 루틴, 집필 습관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나 역설적으로 그 루틴 자체가 공통점이란 점은 주목해야 한다.
하루에 특정 단어 수 쓰기: 많은 작가들이 하루에 일정한 단어 수를 쓰도록 스스로에게 목표를 설정했다. 예를 들어, 스티븐 킹은 하루에 최소 2,000단어를 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아주 좋은 목표다. 하루에 한 장, 혹은 하루에 몇 자 이렇게 할당량을 정해 놓는 것은 머리 속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술술 나오는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쥐어짜내야 나오는 것도 있다. 단어수나 분량을 정해 놓는다는 것은 그날그날 작업 시간이 달라지더라도 일정한 양의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글쓰기 훈련 방식이자 실용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서 작업하기: 할라트 헤멘웨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썼다. 조앤 롤링은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했다. 조용한 서재나 특정한 조명 아래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은 뇌에 신호를 보내는 행위다. 이곳은 글쓰는 장소야, 자 이제 왕성하게 활동해서 뭘 써야 할지 알려줘, 라고. 이는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시간대에, 그 장소에 앉으면 글을 쓰는 것이라고 뇌에 주입해 놓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쓰는 행위가 이뤄진다. 내가 해 본 결과 이는 매우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글쓰기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수기로 혹은 컴퓨터로 작업하기: 많은 작가들이 컴퓨터나 타자기 대신 여전히 펜과 종이를 고집한다. J.K.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안을 손으로 썼다. 국내 작가 중 조정래 선생도 원고지 집필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현대로 와서 많은 작가들은 컴퓨터를 선호한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 이들
톨스토이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통점은 일찍 일어나서 글을 썼다는 점이다. 톨스토이는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를 했다. 그는 새벽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이 글쓰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믿었다. 그는 대부분의 작업을 수기로 했으며, 종종 여러 번에 걸쳐 초안을 다시 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전쟁과 평화"는 수차례에 걸쳐 다시 쓰여진 것이다. 톨스토이는 한 번 글쓰기에 몰입하면 몇 시간 동안 집중하여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을 사랑했으며, 자신의 작업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자주 탐구했다. 그의 많은 작품에는 러시아의 시골 풍경과 자연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가족과의 상호작용도 그의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종종 가족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작업을 읽어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 그는 이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집중하기 좋은 시간으로 여긴 모양이다. 한 번 글쓰기를 시작하면 5-6시간 동안 집중하여 쓴다고 한다. 이러한 장시간의 집중은 깊이와 복잡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일상의 루틴을 중시했다. 그의 하루는 글쓰기, 달리기 또는 수영, 그리고 읽기와 같은 활동으로 균형을 이룬다. 그는 열렬한 마라톤 주자이며, 달리기를 자신의 글쓰기와 창의력에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달리기는 그에게 정신적, 육체적 균형을 제공하며, 글쓰기에 영감을 주었다.
루틴은 자신이 만드는 것
프리드리히 니체는 걷기를 매우 좋아했으며, 그의 글쓰기에 영감을 주는 요소로 삼았다. 나의 루틴은 무엇인가? 독자들은 이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는, 습관에 적합한, 잘할 수 있는 루틴을 설계하라.
참고로 나의 경우엔, 하루에 5시간 정도 글을 쓴다. 5시간 내내 쓰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쓰고, 또 쓰고 읽는다. 나는 특별한 시간은 정해두지 않았고 5시간이란 시간을 채우는 데 주력하는 스타일이다. 직업을 갖고 있는 이상 특정 시간대를 온전히 내 시간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니체처럼, 걷기를 많이 활용하려 노력한다. 게을러서 걷는 게 나에게 어려운 일이긴 한데 걷고 나면 확실히 뇌가 리셋된다는 느낌을 받아 좋다. 현대 인간은 먼 과거 수렵채집 시대의 인간보다 뇌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 뇌는 그만큼 굳어 있고 먼지가 쌓여 있다. 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뇌는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게 된다. 글쓰기는 뇌를 활용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훌륭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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