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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Dec 03. 2023

계속 쓰기의 힘 1

보통 사람들에게 글을 읽어보라고 주면 놀랍도록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첫 번째 반응이 있다. 그들은 내용의 참신성, 문장의 아름다움, 행간에서 읽히는 의미의 놀라움, 단어의 적절한 사용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들이 가장 처음 말하는 것은 오탈자다. 이것은 몇십 년 동안의 실험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발견된다.


글을 쓰지 않는 보통사람들은 글쓰기에 관한 한 어린 시절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시계가 멈춘 상태로 성장하지 못한 피터팬이다.


평소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사고, 의식 수준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마지막 글을 썼던 때, 고등학교 2학년 혹은 대학교 4학년(개인차가 있으리라)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쓰는 글이란 대부분 간단한 에세이, 논문 정도다. 이를 중요하게 다루고 깊이 있게 쓰는 이는 거의 없다. 그들이 하는 글쓰기란 베껴 쓰기, 복붙, 대충 쓰기 따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이때 중요했던 것은 오탈자였으리라, 내용이 아니라. 글 쓰기가 이 단계에서 멈춘다면 나이가 서른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글쓰기에 있어서는 그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피터팬일 뿐이다. 그들은 그때의 습관과 관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된다.





인사이트


성장이란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대다수의 성장 정체형 인간과 극소수의 성장형 인간이다. 성장이란 그만큼 좁은 문이다. 성장이란 간단히 말하면 매일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글쓰기가 되었든, 과학 실험이 되었든, 의학 연구가 되었든, 운동(운동에 대한 지적 탐구일 수도 있다)이 되었든 상관없다.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는 데엔 놀라운 효과, 놀라운 결과가 따라온다. 바로 성장이다. 한 분야에 인사이트가 생기고 그 인사이트란 인간의 지능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인사이트, 통찰력은 지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한 분야에 머물지 않고 연결되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에 인사이트가 생기면 철학과 정치 분야에도 나름의 깊은 식견을 가지게 되는 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과학과 예술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았다거나 작가들이 정치와 깊은 연관 관계를 맺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계속 쓰기다. 어떻게 계속 써내는가, 하는 것은 주관적으로 정하면 될 일이다. 각자의 형편에 맞게, 나의 생활 패턴에 적합하게. 찾으면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매일 일정한 분량을 써내는 것. 이것은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에 있어 왕도란 없기 때문이다. 재능? 물론 재능을 타고난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계속 쓰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그저 들판에 버려져 있는 돌에 불과하다. 재능을 가졌든, 그렇지 않든 핵심은 계속 쓰는 것이다.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작가가 되려고 할 때, 나아가 시대를 뛰어넘는 최고의 작가가 되려고 할 때나 드러나는 문제다. 그러니 재능 이야기는 접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3만 년 전 사피엔스보다 뇌를 덜 사용해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는 현대 인간의 모순


수렵채집 시대의 사피엔스는 현대 사회 사피엔스보다 몸집이 일반적으로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뇌 용적도 지금보다 더 컸을 수 있다. 그것은 약 3만 년 전 인간이 지금 인간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들은 현대 인간보다 육체적으로 강인했고 석기나 목기를 제작하고 다루는 데 능했다. 그들이 몇 분이면 뚝딱 만들어냈던 창촉을 현대 인간은 만들어낼 재간이 없다. 이게 과연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놀라울 정도다. 당시 사피엔스의 손기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깊었다. 바람과 습도, 땅의 굳기, 나뭇잎의 변화 등에 관해 그들은 높은 수준의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이에 비하면 현대 인간은 학교를 다닌다고는 하지만 단편적 암기 수준에 뇌를 사용하는 데 그칠 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면 대개는 한두 가지 기술이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일에 종사한다. 세계나 사물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가 필요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3만 년 전 인간 조상에 비하면 현대 인간은 지극히 단편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은 현대 인간이 뇌를 사용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배달이나 단순 사무직 등 대다수 일은 깊은 인사이트, 뇌의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는 달리 보면, 자신의 뇌를 더 고차원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더 풍부한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고 싶다, 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성장하고 싶다는 의미다. 3만 년 전 살았던 인간 조상과 같이 세계와 자신, 사물과 기술에 관해 더 깊이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충동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는 좋은 신호이자 욕구라 할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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