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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Dec 06. 2023

계속 쓰기의 힘 2

어떤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 그 자체는 사실 아무 쓸모가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벽돌 쌓는 일을 매일 8시간씩 한다 했을 때 그것을 20년 간 지속한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벽돌이 그만큼 쌓인 것 말고는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속하는 것에 무언가를 더해야 의미가 생긴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속적 행위 위에다 무엇을 더해야 할까?


자, 쓴다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것은 진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저 끄적거림이나 낙서가 지속되는 것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쓴다는 행위가 지속되는 것 위에 목표, 명확하고 뚜렷하며 높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즉 목표가 있는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왜 글을 쓰는가, 이 글이 어떤 쓸모를 지녀야 하는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생산해 낼 것인가 등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자기 글쓰기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계속 쓴다면 그의 글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서양 회화를 좋아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나는 서양 회화에 관해 글을 쓸 것이다. 서양 회화에 관해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양 회화에 대한 앎이 있어야 한다. 나는 서양 회화에 대해 더 깊이 알아야 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서양 회화를 해체, 분석, 재정의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부단히 글을 씀으로써 서양 회화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정리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을 자신이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글을 통해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으리라.


목표란 이동이다. 즉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행위를 일으키는 것, 그것이 목표의 효과다.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우린 정체 혹은 답습이라 한다. 계속 쓰기의 의미란 정체나 답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동, 목표를 향한 노력이 수반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목표는 나의 글쓰기에 방향을 정해 준다. 단순히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긴 하나 이는 사실 개인적 의미, 그것도 매우 단순한 수준의 의미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글쓰기란 명상 수준의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한 목표, 지금 당장은 달성하기 어려우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학습을 하며 꾸준히 글을 쓴다면 그 행위는 개인과 타인, 사회적 관점에서 가치와 의미가 크다.


19세기의 영국 자연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진화론의 주요한 이론인 "자연선택"으로 유명하다. 그의 글쓰기는 과학적인 연구와 진화 이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 1859), "인간의 기원"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1871), "감각기관의 기원"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1859) 등이 그가 쓴 글이다. 찰스 다윈의 글쓰기는 과학적 이론을 비전문가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이를 통해 과학적 지식을 보다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다윈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이 컸다. 아버지는 의사였다. 다윈은 캠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하여 신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다윈은 해양 탐험선인 HMS 비글(Beagle)에 자연학 연구자로 동행하게 되었고, 이 여행은 1831년부터 1836년까지 지속되었다. 이 동안에 그는 많은 지역과 동식물을 연구하고 다양한 관측을 했으며 비글호 여행 도중 수집한 자료와 관측을 바탕으로 "자연선택"이라는 진화론 이론을 개발했다. 이론은 1859년에 "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고,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10명의 자녀를 둔 그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기독교를 믿었고, 그의 이론은 일부 종교 공동체와 대립했다.


추측해 보건대 그의 글쓰기는 여러 행위를 일으켰고, 이를 통해 그의 이론적 토대는 크게 성장했다. 기독교란 개인적 신앙은 그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알게 된 지식과 일정 부분 괴리를 일으켰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란 이런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를 끊임없이 부수고 해체하고 파괴하며 새로 태어나는 행위. 그것이 성장이다. 글쓰기는 성장에 있어 최고의 수단인 것이다.





계속 쓰라. 그러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왜 쓰는가, 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그리고 목표를 정하라. 내가 지금 당장엔 달성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라. 그리고 매일 매일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지식으로 자신의 믿음을 해체하라. 매일 새로 태어나라. 매일 세계를 재구성하고 그것으로 기쁨을 누리라. 그럼으로써 어느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도 있다. 특별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지닌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시간이 남아 돌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적어도 하지 않게 되리라. 언제나 써야 할 글이 있다면 시간은 늘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법이다. 이러한 행위는 늙어서도 할 수 있고 퇴직이 없다. 끝이 없다.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불안을 씻게 만든다.


글쓰기는 매우 즐거운 행위다.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매일 해낸다면 그 안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적인 인간,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덤이다. 물론 이것 역시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표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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