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은 아빠인가?
그렇다.
너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가?
그렇다.
왜 그러한 믿음을 갖는가?
나는 능력이 부족하고, 돈이 없고, 시간이 많지 않으나 그런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했어.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렇게 하려 노력했고, 다정하게 포옹해 주었고, 계속해서 말을 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경청했어. 나는 늘 힘이 들었고, 모든 것이 힘에 부쳤지만, 노력했어. 그랬던 것 같아.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 이상을 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나는 좋은 아빠라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뭐지?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이 필요해. 성실함을 배워야 해. 목표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 해. 타인을 믿어야 해. 타인을 돕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해. 자존감이 필요하고, 기개가 있어야 해. 세상은 너무 험해. 그 세상 속에서 꿈을 펼쳐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해. 가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흔들림 없이 한 길을 우직하게 걸을 수 있을 만큼 헌신해야 해.
나는 그런 아이, 그런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했어. 나는 그런 아빠야. 내 딸애들을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발버둥쳤어. 최선을 다하고,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아이들을 가르쳤어.
그런데도, 미안한 게 있네.
뭐가 미안하지?
큰애는 큰 탈 없이 적응을 하는 것 같아. 학교 공부를 하고, 학원 공부를 하고. 자기 스케줄에 따라 척척 해 나가고 있어. 물론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지. 그땐 쉬게 해. 그게 내 역할이니까. 둘째는 큰애와 비교하면 좀 더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진 아이야. 그래서 학교 시스템을 힘들어 해. 못되게 구는 친구들 사이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선언을 했어. 난 이해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가족은 지난 해 파리, 인터라켄, 로마 등지를 여행했어. 아이들은 여행이 끝난 뒤에 더 여운이 남는 것 같아. 특히 둘째는 스위스를 무척 그리워 해. 한동안 스위스로 이민 가자고 졸랐어. 자기 통장에 150만원이 있다면서, 그 돈으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한국은 괜찮은 나라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는 아니야. 왜 그럴까. 속이 상해. 우린 이제 살 만큼 일하고 나아졌는데, 여전히 빈부 격차는 심하고, 아이들은 무한 경쟁 속에 내몰리고 있어. 어른들은 이런 험한 세상 속에 아이들을 내몰아. 문제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 문제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건 회피해. 그 피해는 오롯이 아이들이 다 보고 있어.
이건 직무 유기 아닌가?
더 좋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그 점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
우리 아이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을 만끽하며 클 권리가 있어. 행복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야. 우린 의무를 저버리고 있어. 어른들이! 무심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이 의무를 져버린 그 결과를 우리 아이들이 전부 받아내고 있는 거야. 그 점이 너무 미안해.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자유란 무엇인지 흠뻑 느끼게 해 주고 싶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해 주고 싶은 거야. 책을 읽고 숲에서 새 소리를 듣고 친구와 다정하게 산책하고 어른이 되었을 때를 아름답게 상상하도록 만들어 주고 싶어. 그것뿐이야.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이 있을까?
미안해.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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