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이곳으로 도망을 왔다.
무작정 열심히는 살았으나, 지난 뒤에 돌이켜 보니 어리석은 것 투성이고
아이들을 사랑한다고는 하였으나, 정작 아이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으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를 썼지만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생색에 불과했으니..
늘 그랬다. 벗어날 지혜도 벗어날 힘도 없는데,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답답하고 어찌할 줄 몰랐다.
무엇 때문에 갑갑한지도 모르면서,
내 한계를 벗어나면 가슴이 뻥 뚫리는 자유와 한없이 충만한 평화가 함께할 거라 생각했다.
어느날, 돌고 돌아 오래오래 기다려 이 곳에 오게 되었다.
이 곳에서 충분히 자유롭다.
무언가 홀가분하다.
하지만, 영원한 자유가 어디있으랴.
그 모든 것은 결국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
충만하고 자유로운 마음이 들다가도
어김없이 새로운 걱정과 불안함은 그 자리를 메운다.
부숴버렸던 한계는 또 다른 한계와 굴레로 나를 에워싼다.
온전하게 자유로운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언제나 한결같이 자유로울 수 없지만,
트와일라잇같은 그 순간순간이 조금씩만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 순간이 차곡차곡 쌓여지면 좋겠다.
이 곳 샌디에이고에서의 시간엔 그러한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