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이 가득한, 럭셔리 브랜드에 더 가까워진 노력이 돋보인 차
제네시스 G90 블랙입니다. 지난주에 보러 갔다 왔지요. 숏 휠베이스 모델에 3.5L 트윈터보 48V 슈퍼차저를 얹은, 롱휠베이스 모델을 제외하면 최상위 트림에 해당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정말 까맣습니다. 보디는 비크 블랙이라는, 원래 있던 컬러인데 약간 펄이 섞여 있음에도 거의 솔리드 컬러에 가까우면서 깊은 검은색을 냅니다. 사실 ‘검은색’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건데요, 펄 입자와 표면의 클리어 페인트에서 반사되는 빛이 형상과 실루엣을 만들어 냅니다. 2019년에 MIT에서 흡수율 99.995%의 탄소나노튜브 물질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과거에는 ‘만타 블랙’이라는 것도 있었고요.
G90 블랙은, 자동차라는 금속으로 된 물체에 검은색을 썼을 때의 ‘진정성’과 ‘단순함’을 표현하기 위해 꽤나 섬세한 고민들이 담겼습니다.
차 전면의 윙 엠블럼이나 후면의 ‘GENESIS’ 브랜드 명 등은 다크 메탈릭으로 바뀌었고 차 이름과 AWD 등 엠블럼은 뺐습니다. ‘면’의 반사를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지요. MLA 방식의 헤드라이트도 ‘가능하면’ 검은색을 썼고요.
휠도 그렇습니다. 고전압 플라즈마를 만들어 표면을 금속으로 코팅하는 건식도금, 그러니까 스퍼터링으로 만들었는데, 반사를 적당히 억제하면서도 검은색을 유지했다지요. 휠 너트도 검은색이고 그 안에 있는 브레이크 캘리퍼도 검정입니다.
실내도 그렇습니다. 아니, 도어를 열었을 때 보이는 볼트도 검정입니다.
문 안쪽 트림에도 온통 블랙입니다. 오픈포어 우드에는 옅은 메탈릭의 상감 금속 장식을 넣었고, 비상용 도어 오픈 레버만 시인성 때문에 은색을 썼을 뿐 모든 스위치가 블랙입니다. 이건 실내 전체가 다 마찬가지고요.
신경을 썼다는 건, 각각이 다른 재질들인데 블랙의 톤이 거의 비슷하다는 겁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과 크리스털 및 블랙 하이그로시 모두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만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을 넘어 럭셔리로 가는, 매우 좋은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이 차는 오너 드리븐용 차의 성격이 큽니다. 물론 길이 5275mm의 대형 세단이고 뒷자리 장비가 충실해 쇼퍼 드리븐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상표가 크게 드러나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세련된 옷을 입고 자기 관리를 잘했다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는, 40대 후반~ 60대 초반 나이대의 분이 운전석에서 내리는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호텔 로비에서 발렛 파킹을 운영하는 분들이 뒷자리를 열려다 당황하는 것을 보며 씩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줄 분들 말입니다. 아 물론 필요하면 뒷자리에 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국산차에서는 없던 영역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걸 만들어 가는 것도 제네시스의 역할이겠지요. 4월 14일까지 제네시스 수지에서 <BLACK - THE SUBLIME>이라는 이름의 전시도 합니다. 단색으로 이루어진, 윤형근 작가와 정창섭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예약하시고 찾아가 보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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