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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선 Jul 11. 2021

추잡한 사람을 알고있는가

코로나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으니 바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영화와 드라마 종류가 많아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다 눈이 감기는 OTT 플랫폼은 지루한 코로나의 시간을 견디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동생이 넷플릭스 아이디를 공유해 주어 발을 디디게 되었는데 뭐가 부족하다 싶을 때마다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가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되면서 발을 빼지 못하게 되었다.  


텔레비전이야 원래 두 대 있었고, 식구마다 컴퓨터 있으니 물건 가지러, 화장실 가다 슬쩍슬쩍 화면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하루에 한두 번은 먹는 장면이 보인다. 만들어 먹고, 시켜 먹고, 찾아가서 먹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뭘 남 먹는 걸 보고 있나 싶었는데 이제는 예능을 보듯 무념무상으로 본다.  


어릴 때 들었다. 남이 먹는 걸 보는 건 추저분한 짓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텔레비전이나 핸드폰에서 영상이나 장면으로 노출되어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맞닥뜨리기도 하고, 잘 먹는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뭘 먹나 궁금해서 찾아보기까지 하니 추잡의 일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있겠다. 먹고 싶다. 저긴 어딜까?’라는 생각이 드는 곳은 가끔 식당 위치를 찾아보기도 한다. 나와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 포털에서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그렇지만 보통은 찾기에서 끝난다. 반짝하고 다가왔듯, 눈은 다시 새로운 음식을 탐색하니까.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 먹을 것을 앞에 두고 번잡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 이를테면 사진을 찍거나 접시나 그릇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남기는 것, 너무 많이 먹는 것, 맛있다, 맛없다 평하는 것, 소리 내어 먹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는 음식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지금도 ‘예의’라는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저지하는 일은 적다. 사진도 찍고 함께 이야기도 나눈다. 


추잡하다는 것은 ‘더럽고 지저분하다’라는 건데, 먹는 걸 보는 게 왜 추잡한 걸까? 아마도 배고프다, 먹고 싶다는 일차적인 욕구를 너무도 가볍게 드러내 보임과 동시에 먹고 있는 사람을 겸연쩍게 만드는 행동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 친구와 차를 타고 가는 중 우리끼리 ‘추잡’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이가 형편이 됨에도 불구하고 변제의 의무를 미루고 있어 행동이 참 추잡하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국어 능력 상위 레벨 외국인 친구가 묻는다. “추잡이 뭐예요?” 일행은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추잡이라…. 그러니까 그게… 지저분한 건데…… 그냥 지저분한 게 아니라……”. 우린 결국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예시만 주야장천 나열했다. 


요즘 우리에게 추잡한 일은 뭘까? 마스크를 안 쓰는 일? 오염된 마스크를 집안에 두기 싫어서 길거리 아무 곳에나 버리는 일이 아닐까. 마스크와 추잡이 연관성을 갖게 된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를 낸다. “아저씨가 마스크를 안 썼어. 코로나가 와. 큰일 나.” 길을 가다 마스크가 흘러내리기라도 하면 울상이 된다. 나무 냄새, 비 냄새를 맡지 못하는 아이가 안쓰럽다. 


새로운 추잡이 등장했고, 추악해서 입에 담기도 싫은 일이 산더미다. 그러니 이제 먹는 거 바라보는 것 정도는 더럽고 지저분한 일에서 빼줘도 될 것 같다.       




지난 인연 혹은 현재 알고 있는 이들 중 추잡한 사람이 있나요?

그와는 어쩌다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나요.

내가 했던 가장 추잡한 행동은 무엇인가요?
나는 어쩌다 그런 행동을 하게 됐었나요?

정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봅니다.

추잡한 이를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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