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너를 맡기지 마세요!!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때
건강 상태도 체력도 괜찮았을 때는
많은 것에 열려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넋두리나
속이 뭉그러질듯한
깊은 탄식에 대해
계속 들어주고
같이 고민하는 것에 대해 너그러웠다.
그들이 부정적인 말과
두려움 가득한 마음을
한 바가지 가득 쏟아내고 가도
상대의 감정을
따뜻한 온도로
배려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힘겨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이
평온해지기를 바랬다.
조금만 더 마음의 문을 열면
이상하거나 부담스럽거나
나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잘해보려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게 마음처럼 안될 때
좌절하고 낙담하는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방이
좋은 마음을 품고 있어도
그것을 나에게 표출하는 방식이
내 에너지를 많이 빼앗는 스타일이면
굳이 포용하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자신의 파도치는 마음속
불안과 조바심을
해결해 달라고 떼쓰는 사람의 눈을
오래 바라보지 않고 돌아서게 되었다.
눈이 더 오래 마주치면
사람인지라 조금 흔들릴까 봐
지체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약간의 죄책감도 거둬들인다.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의
더 이상 길게 개입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오늘의 과제에
열중한다.
상대방의 날것 그대로의 진심
정돈되지 않은 속마음에는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내세운
무례함이 들어있을 때가 많다.
그것을 내 식대로 가공해서
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인다.
몇 번은 좋은 것, 최선의 것으로
잘 다듬어서 돌려보냈지만
그러면 정작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모든 사람의 모든 문제에 대해
방관하기로 선택하고
나는 나만 거두기로 했다.
그럴수록 여유시간이 생겼다.
가끔씩 가족들 문제를 돕거나
내가 나서서 노력해야 할 때
역시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적이라는 걸 실감하곤 한다.
하나에 열중할수록
다른 것들은 방치된다.
그래서 그 조율을 못하겠으면
그냥 나만 돕는 쪽을 택하는 게 낫다.
그게 덜 후회하는 선택이다.
자기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나에게 감정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은
자기 하나밖에 생각하지 않으니
남의 감정적 피로에 대해 무지하다.
자신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 주는 건
자기 자신만 가능하다.
가족들도 책임이 없다.
오직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한다.
애정으로 맺어진 관계든
우정으로 맺어진 관계든
스쳐 지나가는 이웃이든
그 어떤 사람도
나의 문제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나 자신이 잘되길 바라는 사람도
나 자신만큼 간절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말고
나의 기대를 걸지 말고
각자 도생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과한 기대를 하면
혼자 서운해지게 된다.
상대방은 나를 도울 의무가 없고
나 역시 남의 문제에 헌신할 필요가 없다.
각자 서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내가 남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
남이 던지는 피로감을 굳이 받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짐을 지고 사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마른걸레 쥐어짜내듯 애쓰면서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길게 보면 그게 상대방을
진짜 돕는 것이다.
그 사람도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려면
스스로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피로와 고단함을 경험해야 한다.
그 근성이 쌓여서
스스로를 돕게 될 테니
우리는 그냥
각자의 몫만 쳐내는 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