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바쁜 날이면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다. 재택근무 중 음식 준비며 설거지까지 최소화하고자 마음먹으면 햇반에 김치로 한 끼를 때우기 쉽다. 독립 초반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메뉴와 반찬에 정성을 들였다면, 지금은 밀키트의 편리한 행복을 맛보고 정성 3과 편리함 7 사이를 오가고 있다.
와중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연휴 캠핑,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한적한 시골에서 손수 재배한 재료로 여러 음식을 정성껏 해 먹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부고 포인트고 중독이다. 성인이 되어 도시로 간 여주인공이 시간에 쫓겨 딱딱한 밥을 젓가락으로 휘젓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과 고향으로 돌아가 정성껏 요리해 먹는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 주니, 후자에 더 몰입된다. 최근 밤 조림도 이 영화에서 보고 만든 것. 밤을 일일이 다 까고 졸이는 반복된 시간과 귀찮은 과정들은 달고 부드러운 맛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끼니는 날마다 먹는 밥이나 먹는 일을 뜻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의 생활 방식 의미도 담는다. 끼니를 거르지 말라는 당부는 전하는 이의 마음 쓰임과 전해받은 이가 끼니를 거를 정도로 바삐 지내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가끔은 남이 차려준 음식의 자유가 사랑스럽지만,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한판 보고 나니 매일의 끼니에 온갖 힘을 다하는 여유를 부려보고 싶어졌다. 물론 현실은 시간과 에너지가 따라주지 않겠지만 ㅋ 그래서 꿈꿔 본다. 언젠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적한 고택에서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처럼 사계절을 보내며 오래된 수고를 거친 싱싱한 두 끼, 세 끼로 여러 날을 채우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꿈은 집중하고 의지를 부릴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도 숨어 있다. 당장은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이 마음을 표할 상황이 아니니, 간헐적 애정을 부려야겠다. 밤 조림의 후속작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꼬챙이에 생감을 꽂고 말리며, 쪼그라드는 곶감이 될 때 까지 못다한 정성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