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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Oct 12. 2022

끼니의 정성


귀찮고 바쁜 날이면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음식을 찾는다. 재택근무 중 음식 준비며 설거지까지 최소화하고자 마음먹으면 햇반에 김치로 한 끼를 때우기 쉽다. 독립 초반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메뉴와 반찬에 정성을 들였다면, 지금은 밀키트의 편리한 행복을 맛보고 정성 3과 편리함 7 사이를 오가고 있다.


와중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연휴 캠핑,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한적한 시골에서 손수 재배한 재료로 여러 음식을 정성껏  먹는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고 포인트고 중독이다. 성인이 되어 도시로  여주인공이 시간에 쫓겨 딱딱한 밥을 젓가락으로 휘젓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과 고향으로 돌아가 정성껏 요리해 먹는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 주니, 후자에  몰입된다. 최근  조림도  영화에서 보고 만든 . 밤을 일일이  까고 졸이는 반복된 시간과 귀찮은 과정들은 달고 부드러운 맛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끼니는 날마다 먹는 밥이나 먹는 일을 뜻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의 생활 방식 의미도 담는다. 끼니를 거르지 말라는 당부는 전하는 이의 마음 쓰임과 전해받은 이가 끼니를 거를 정도로 바삐 지내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가끔은 남이 차려준 음식의 자유가 사랑스럽지만,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한판 보고 나니 매일의 끼니에 온갖 힘을 다하는 여유를 부려보고 싶어졌다. 물론 현실은 시간과 에너지가 따라주지 않겠지만 ㅋ 그래서 꿈꿔 본다. 언젠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한적한 고택에서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처럼 사계절을 보내며 오래된 수고를 거친 싱싱한 두 끼, 세 끼로 여러 날을 채우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꿈은 집중하고 의지를 부릴 수 있는 여유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도 숨어 있다. 당장은 해야 할 일들이 많고 이 마음을 표할 상황이 아니니, 간헐적 애정을 부려야겠다. 밤 조림의 후속작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꼬챙이에 생감을 꽂고 말리며, 쪼그라드는 곶감이 될 때 까지 못다한 정성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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