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쓸 용기, 성장통

책 만들기의 서막

by 제로


무식한 게 용감하다!


나는(어리석게도) 책 만드는 것 또한 블로그와 비슷한 범주쯤으로 생각했다. 나의 과거 경험에 관한 사항들이니, "자료 취합만 되면, 블로그 포스팅과 같은 내용으로 서술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지하 100층으로 안내하는 저승사자임에도, 그땐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저승사자가 깔끔한 양복을 입어서 일지도···) 지금도 빙산의 일각에서 배를 띄워 머물고 있지만, 그때는 빙산의 일각을 망원경으로 바라본 상태였으니 이 얼마나 무지하고 용감했던가? 이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도 스타트업 정신에서 나왔으리라 유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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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지한 용기는 때론 하나의 모멘텀(동기)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에너지를 나의 가슴과 뇌에 종종 심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용기에 힘입어, 나는 무작정 두서없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때만 해도 나는 두 줄 이상의 문장을 서술할 능력이 없었다. 세 줄이 넘어가면 4~5번 읽고 고쳐 써야 그나마 자연스러웠으니,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껏 두괄식 위주의 단답형 문장만을 써왔기에, 3줄 이상의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버거운 숙제였다.


2023년 9월 히스토리


믿지 않는 분이 있기에, 캡처본과 일부 내용을 첨부하면 아래와 같다. 다독하는 것(바른 독서가 아닌, 단순히 읽는 행위)과 글쓰기는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도 있다.



이게 내용이랍시고 쓴 글이다. 생각이 나지 않으니, 내버려 둔 글도 발견할 수 있다.


위 내용을 보면 독자 분들의 눈과 입꼬리가 올라갔으리라 생각한다. 1년도 안된 작년 9월의 글인데, 쪽은 어디에 팔아야 할까? "당근 마켓에 던져버릴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이때만 해도 나는 전문 서적과 에세이, 소설은 하나의 범주로 생각하던 시기였다. 어쨌거나 하나의 아닌가 말이다. 나는 에세이가 아닌 전문 서적을 쓰면서도 이를 블로그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나의 진짜 고생길은 시작되었다.




성장통의 과정



나는 책 만들기를 하나의 스타트업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이를 공식에 대입했다. 단지 첫 번째 책이기에 수익 극대화가 아닌, 멘토링을 위한 하나의 지침서라는 목적과 퍼스널 브랜딩의 요건, 이 두 가지 목적을 통해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 다를 뿐 나머지는 스타트업과 같은 방식으로 기획했다.


스타트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항목은 사업 아이템, 마케팅 전략, 수익 모델, 유통 채널, 생산자, 수요자(고객), 핵심 타깃, 재무 전략, 핵심 가치 요소, 파트너, 시장 규모, 팀 조직, 페인포인트(문제점), 솔루션, 소셜미션 등의 구성으로 BM모델은 대략 구성된다. 그렇다면 책(사업 아이템)을 상정해 놓고 보면, 나머지 항목을 스팩트럼 형태로 나열하여 퍼즐을 풀면 되지 않을까?(이 또한 단순히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글쓰기 역량을 무시한 채.)






어떤 분야든 입문하려면, 관련 서적 40~50권은 읽고 입문하라!


이 말은 단골로 등장하는 공통된 유사 어록이다. 이 말에 나 또한 어느 정도 동감한다. 그러나 내가 막상 입문해 보니, 이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목적을 향해 달려가기 급급한 게 아닌가? 어느 순간 마음속으로 '나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라고 부정했다. 그럴수록 늪에 빠진 나는 더욱 아래로 빨려 들어갈 뿐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그렇다. 이러한 입문 경험을 과거에도 여러 번 해 보니, 타성에 젖었던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오만하고 안일했다. 이건 아마도 내가 글쓰기쯤으로 치부해 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초심이 필요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눈에 힘을 풀고, 목적이라는 동기적 에너지를 잠시 내려놓는 것(목적이라는 친구는 이럴 땐 나에게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책 쓰기는 잠시 내려놓고 사색의 시간을 한동안 가졌다. 나는 예비 스타트업팀에게 가끔 이런 말을 전하곤 한다.


나 보다 체급이 큰 사람과 태권도로 대련했을 때,
나는 패할 확률이 높다.

이럴 땐 태권도 프레임에서 벗어나, 택견으로 태세를 전환하여
상대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맞 받아치는 전술을 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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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방식을 나에게 적용하여 힘을 뺀 후 쉬기로 했다. 이것은 단순한 쉼이 아닌, 전략적 쉼이었다. 그 이후부터 쉼을 통해 글쓰기와 관련한 오디오북을 듣고, 오프라인 서적 또한 찾아 사유했다. 대략 20권쯤 읽었을까? 결과적으로 내가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잘못 건드렸다. 지뢰 밟았다. 그것도 대전차 지뢰!"라는 생각. 이것은 평생 공부해도 안될 규모였던 것이다. 또 한 번 느낀 결론은 "모든 분야의 공통점은 양파"라는 것. 이 말은 즉, 벗겨도 벗겨도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친구가 나의 뇌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내가 두려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예컨대 "글을 읽고 사유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러한 단 한 줄의 문장에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즉, 단어 하나하나를 깊게 고찰하다 보면, 그 단어에서 얻은 통찰은 여러 권의 책으로 탄생된다. 이 얼마나 무섭고도 두려운 상황인가? 결국 이것은 "이제껏 수박 겉핥기와 같은 삶을 살아왔던 것인가?"라고 나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한다.

나는 이러한 회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자각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해와 얕은 사고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의 깊이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펼쳐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은 이 얼마나 놀라운가.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멍 하니 하늘만 보는 시간이 점차 늘어만 갔다. 이때부터 자존감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감정을 잊기 위해 소설이든 전문 서적이든 닥치는 대로 손에 들고 읽었다. 오 이런! 평소에 취미로 읽은 책들이 전부 위대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책이 싫어지는 그 순간의 첫 경험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심리적 지지대가 필요했다. 그것이 없으면, 계속 지하로 내려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고육책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성장통의 과정"이라는 글귀였다. 스타트업에서도 주기별로 공허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한 번씩 찾아온다. 직장인의 경우 3개월, 1년, 3년 등과 같이 주기마다 큰 고비가 한 번씩 오지 않던가? 그러나 세월이 흘러,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그 순간의 모든 과정이 지금에 있기까지의 성장과정이었음을 깨닫는다. (다만, 그땐 그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나는 이러한 깨달음의 사유를 애써 이해해 보려 명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원래 휴향 하기로 인천에 오지 않았던가? 이게 벌써 몇 년이 흘렀나? 쉬러 왔는데 쉬지 못한 삶의 연속 말이다. 결국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나의 내면 속 충전을 갈망했다.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냥 포기하면 안 되나?"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해야만 하는 프레임 속에 갇혀있다. 이처럼, 해야만 하는 프레임은 그 무엇보다 강력하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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