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타깃을 설정하고 글을 써라?

책 만들기 전, 생각해야 할 것들

by 제로




장르와 독자 타깃에 관하여


여러 글쓰기 지침서들은 작가가 글을 쓰기 전에 장르독자 타깃을 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장르와 독자를 설정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다. 또한 작가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장르와 독자 설정이 의미 있게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서는 작가 자신의 메시지와 가치관이 확립되었음을 전제를 바탕으로 나의 생각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장르와 독자층을 설정하는 것은 기획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글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출판사나 멘토는 작가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는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과 방향성을 개선하여 독자들의 선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작가에게 글을 다듬을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저자와 독자의 니즈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현실과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저자의 정체성과 개성이 희석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개성이 희석된다는 것은 긍정과 부정의 두 면을 내포하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나, 작가 본연의 독창성과 개성이 일그러졌다는 의미는 부정으로 작용한다.(많은 사람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균형점을 찾기란 참으로 어렵다) 뭐,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부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순수한 개성 자체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중성 있는 상품만이 정답일까?



나는 관점(프레임)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관점에서 전략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팔리는 제품은 고객의 니즈가 강하게 반영된 소비자 프레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그렇다. 자본주의사회라는 프레임 속에 살고 있다. 유물론적 사고의 중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세상이라는 뜻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의 잣대는 대중성(대중성은 자본과 직결된다)이 기준이 된다. 게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 아니던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인정을 갈구하는 삶. 이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국 대중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제품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관점이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자본력과 대중성이 정답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대중성은 보편성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정답의 의미로 활용되곤 한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솔로몬 애쉬동조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교수의 잘못된 발언을 정답이라고 주장하면, 마지막 학생 역시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여 정답이 아님에도 '정답'이라고 말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대중성 있는 제품만이 정답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중성은 상향 평준화 혹은 하향 평준화로 편향된다.



대중성은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인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인기 있거나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상향 평준화하향 평준화가 공존한다. 만약 내가 상향 평준화 그룹에 속해 있다면, 굳이 수정할 필요 없이 원래의 의도대로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애쉬 실험의 학생처럼 하향 평준화 그룹에 속해 있다면, 그곳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나는 책을 쓰는 것과 스타트업 운영방식이 매우 흡사함을 깨달았다. 결국, 책도 하나의 제품 범주 아니던가? 책을 만들어 대중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에서 사업아이템을 만들고 고객의 니즈를 찾는 것과 같다. 이러한 공식을 책 쓰기에 대입해 보면, "독자(고객) 타깃은 책 쓰기 초입 과정(예비 창업 단계)에서 섣불리 기준(FIX)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생각해 보자. 내가 타깃설정한 독자는 임의로 설정된 기준이지, 내 상품을 구매한 고객군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끝까지 기준 삼아 나아간다는 것은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자는 이런 반문을 할 수 있겠다. "임의로라도 고객군을 설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나의 제품 컨셉을 잡을 수 있나?"라고 말이다. 이 말은 맞다. 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것인가? 그렇다. 둘 다 맞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다음 내용을 읽고나서 판단해 보자.


스타트업에서는 개선(PIVOT) 프로세스를 다음 순서로 진행한다.(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된다는 정도로 이해하자)


1단계: 나(제품)를 설정했다면, 상대(고객 범주)임의로 기준한다.


2단계: 상대(고객 범주)가 기준되었기 때문에 나의 제품이 그에 맞춰 컨셉팅된다.


3단계: 컨셉팅된 나의 제품을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제안하여 반응을 본다.


내가 1단계에서 설정한 고객범주의 반응(구매)둘 중 하나로 갈린다. (YES or NO)


4단계: 만약, NO라면 1단계에서 설정한 고객 타깃은 수정되어야 한다.


5단계: 수정된 타깃을 기준하여 나의 제품을 재 컨셉팅한다.



앞서 언급한 바는 셀링포인트와 니즈포인트를 잡아가는 일련의 피드백 과정을 단순화한 것이다. 어떤가? 이제 이해가 되었는가? 내가 왜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고 하는지 말이다.


이제, 문제는 책 프로젝트의 경우다. 스타트업 아이템은 피벗을 통해 수정해 나갈 수 있지만, 책은 한번 작성되고 출판되면 수정하기 어렵다. (이것이 책 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독자 타깃을 최우선으로 설정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과 함께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바로 오프라인 책 출간을 초입 단계에서는 지양하는 것이다. 정석대로라면 고객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 오프라인 출간을 해야 한다. 다만 유명인 혹은 예약주문, 출판사 제안의 경우는 예외로 하자. 어쨌든 전략상 오프라인 출간이 불가피하다면 POD(Print On Demand) 서비스를 활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주문 시에만 인쇄하므로 자원낭비와 재고부담이 줄고, 고객 피드백에 따라 수정도 용이하다. (나 역시 개정판부터 정식 출판을 계획 중이다.)


예비창업 단계는 다양한 범주의 고객과 제안 과정을 거치며 내 제품이 어느 영역에서 호응을 얻을지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 쓰기 또한 다양한 고객군과의 소통을 통해 적합한 영역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둘 다 같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여행자들인 셈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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