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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n 09. 2024

멘토링 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멘토링의 비하인드 스토리


스타트업 멘토링하면 떠오르는 것은 1~2시간 상담 후 솔루션을 안내받는 것. 솔직히 이것이 전부다. 물론 2~3회 멘토링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또한 미봉책이다. 솔루션을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지만, 대다수 그렇지 못하다는 게 현실. 이것은 멘토만 탓할 문제가 아닌, 정부의 제도적인 문제도 한몫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정부만 탓할 문제인가? 그건 또 아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해결사안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시점에서 현실과 실상을 리얼하게 말해야 하나, 나름 아름답게 포장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내 얼굴에 침 뱉기는 아닐까? 부메랑이 되진 않을까?"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예쁘게 포장하게 되면 브런치에서 내가 글을 쓰는 목적과 의미가 퇴색된다. 이것 참...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멘토링도 수없이 받아보기도 하고 코칭과 멘토링을 해보기도 했다. 수없이 멘토링을 받아봤다는 기준은 약 100명 이상. 내가 정부 지원사업의 세계를 몰랐을 때, 시장파악을 위해 3년간 꾸준히 받았다. 그중에는 "어떻게 이 사람이 멘토가 됐지?"라고 느낀 분도 꽤 있었고, 매력적인 멘토도 있었다. 그러나 멘토링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의 사업 아이템은 더욱 오리무중이었고, 초심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어느 날, 내가 멘토한테 찾아가 물었다.


"멘토님의 의견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을 개선(피벗) 후 시도해 봤는데, 오히려 고객들 반응이 더 떨어졌어요."


멘토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듯 말한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지, 개선하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 내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님!"


이 말을 듣는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 사람은 진단과 설명만 하는 사람들이지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의 주관이 또렷하지 못하면, 멘토링을 받을수록 점점 의존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질문 또한 주객전도 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멘토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위치이기에 상담 또한 주식시장의 애널리스트와 유사한 언어를 구사한다. 어찌 보면 참.. 비굴하면서도 얄밉기도 한 사람들 아닌가?(물론, 단호하게 설명하는 분도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이들 또한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콱 쥐어박고 싶은 언어의 술사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하라는 것일까? 말라는 것일까?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또 다른 멘토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첫인상은 170cm 키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멋쟁이 노신사다. 일단 의자에 앉으라고 말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나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S대학교 OO 교수입니다."

"-- 중간 생략 --"

"사단법인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고, 정부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 공작새처럼 계속 자기 자랑 --"


내가 중간에 말을 끊었다. 어떤 레퍼토리(공식)인지 이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예상 질의와 답변이 증강 현실처럼 상대방 머리 위에 떠있다. 교수라는 옷이 이 사람의 어투를 점잖게 한 것 일뿐, 결론은 뻔하다. 그래도 격식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배울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교수님, 커OO 그거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저도 그것으로 지칭할 수밖에 없는데, 서로 알고 있으니까 편히 말씀하시죠."


교수가 당황한 듯 내 말을 잘라 말한다.


"아... 도네이션(기부) 말씀이시죠? 그건 급한 게 아니니, 나중에 이야기합시다"


점잖게 뒤로 빼는 기술을 구사한 교수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려 했다.


여기서 혹여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부연설명 하면, B2G 연계사업(정부 연계)을 진행하는 업체나 협동조합, 미영리단체, 학교, 정치, 사회적 기업 등에서는 수수료, 커미션이라는 용어보다 도네이션(기부)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도네이션이라는 표현이 모양새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은가? 행정적으로도 문제없고, 게다가 체면도 유지하고 말이다.


이 말이 안 나왔으면 대충 시간만 때웠으리라. 참고로 정부지원사업 멘토링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나, 1회당 약 20~30만 원(2시간)을 받는다. (강의는 1등급 기준, 시간당 25만 원에 원고료 5만 원이다.)


2시간 때우면 대략 30만 원을 받으니, 한 달에 몇 개만 해도 100~200만 원은 버는 셈. 그렇다고 이것이 매번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도 기관 영업을 잘해야, 여러 개를 가져올 수 있는 경쟁 시장이다. 어딜 가나 밥그릇 전쟁이 아닌 곳이 없다. 여하튼, 부업으로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스코어 아닌가? 게다가 운 좋으면 한 번씩 알파, 베타가 들어온다.




나는 이것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게 아니다. 타성에 젖은 변질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곳은 엄연히 학연지연혈연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겉으론 아니라고 포장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강력하다. 달리말해, 실력만으로는 절대 침투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카르텔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그룹에 들어가려 아우성친다. 불현듯, 청담의 모 사모님의 말이 생각난다.


학연지연으로 어떻게든 엮이니 유치원, 심지어 태어난 병원까지도 신경 써야 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기회가 있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노~오~력을 하며 달려간다. 그 결과는 열린 결말로 남겨두자. (나는 사다리를 만드는 사람이기에 열린 결말로 끝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사다리라는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더, 심사위원의 심사분위기와 상황을 모르는 분들이 많을듯해서 한 스푼 더해보겠다. 심사위원단은 통상 4~6명으로 구성되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내부인, 외부인, 시민평가단으로 이루어진다.(시민평가단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때 핵심 인물인 '키맨'이 있는데, 이 사람의 영향력이 나름 크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키맨의 뉘앙스를 잡아내려 노력하며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 공모전 심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심사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300팀이 참가했다고 치자. 정석대로라면 모든 팀을 꼼꼼히 심사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주최 측에서 마음에 드는 팀이 있지만 공정성 차원에서 선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팀을 추천 리스트로 만들어 심사위원 책상 옆에 슬며시 올려놓는다. 이를 본 키맨은 자신만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다른 위원들에게 눈치를 준다. 그러면 그것을 기준 삼아 300팀 중 일부만 걸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요식행위 후 실제 심사가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하나의 예시일 뿐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정도만 알자. 확대 해석하지 말기를...)


이런, 사족이 길었다. 어쨌든, 멘토를 자청하는 이들 중 과반 이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다 보니, 실력 한 푼어치도 없는 사람이 멘토로 슬며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심지어 이들은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그러곤 그것을 배경 삼아 다수의 수익 활동으로 확장한다. 독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눈치채셨으리라 본다. 이들의 관심은 멘토링이 아닌, 콩밭에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멘티의 질적 성장은 안중에도 없고, 멘토의 스펙, 명예, 수수료를 더 우선한다.


물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멘토링을 잘하는 분들도 꽤 있다. 위 사례와 같은 멘토 때문에 정직한 분들이 폄하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이 분들 중에서도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점점 회의감을 가지면서, 대충 멘토링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곤 본인 생각만 하는 방향으로 집단 변질된다. 그렇게 네트워크는 형성되고 전염되어 확장한다. 결국 그룹 집단은 본인의 명예와 스펙, 수수료에 몰입하면서 그룹의 평균값을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멘토링의 또 다른 문제는 "2~3시간 만에 어떻게 기업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안할까?"이다. 설령 2~3회 멘토링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기업을 진단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멘토가 있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몇 달 동안 동거동락하면서 기업을 진단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어찌 자신할 수 있을까? 각 기업의 팀마다 성향과 형태, 기질, 역량, 능력, 문제 해결능력, 회복 탄력성, 메타인지, 리더십 등이 천편일륜적으로 다른데 말이다. (다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멘토라면 예외로 하겠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나는, 지금 내 눈앞에 앉아있는 '강석'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속으로 결심했다.


가벼운 멘토링이 아닌 멘토링과 코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코칭을 해보자!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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