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반짝이게 하는 교실의 작은 축제들

by 곽예지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학교 생활. 여기에 조그마한 활력소를 하나 더 한다면, 학생들은 더 행복한 마음으로 등교할 수 있다. 운동회, 축제, 소풍이 있는 주면 그 날이 오기 며칠 전부터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기억은 누구나 다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더하여 우리반에서만 진행하는 소소한 이벤트 데이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활동하는데 큰 품이 들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한 해의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 해마다 이벤트 데이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올해의 경우 아래와 같은 이벤트 데이를 운영해왔다.


별명 데이(4월 초)

우리반은 학기초에 각 별명 하나씩을 정한다. 이름은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것이라 내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니니, 이름과 별개로 다른 사람에게 불리고 싶은 별명을 정하는 것이다. 옛 선비들이 자신의 호를 짓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별명을 친구들끼리 확실히 외울 수 있도록, 4월 초에 하루를 정하여 그날은 반드시 친구의 이름이 아닌 별명만 부르는 이벤트 데이를 운영한다. 이런 규칙만 정해놓고 패널티가 없으면 아이들이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선물을 하나 걸어놓는다. 예를 들면, 별명이 아닌 친구의 실명을 불렀을 때 칠판에 자석을 붙여서 횟수를 표시하는데 이 자석이 50개 미만으로 붙어있으면 믿음 열매 2개와 선생님의 마음 자석 2개를 올려주는 식이다.

주의할 점은, 실수로 다른 친구의 실명을 부른 친구를 향해 “너 때문에 망했다.” 등의 탓하는 말을 사용하여 분위기가 나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가 해당 상황을 미리 설명하며 사전 지도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탓하는 말을 할 때에는 2번 규칙을 어긴 것으로 카운트 하겠다고 고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우리는 지금 즐거운 학급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 데이를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본질적 목적을 잊지 않도록 거듭 상기시켜준다.


존댓말 데이(5월 중)

5월 무렵에 접어들면 아이들 사이의 긍정적 친밀도가 가장 최상에 이를 시기이다. 서로간의 탐색이 끝났고, 무리짓기가 대부분 완료되며, 시간을 같이 보낼만큼 가까워지지만 불편한 부분을 드러내어 서로 싸울만큼은 아닌 그런 시기. 나는 평소 교실에서 사용하는 말 습관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 교사인 나에게는 극존칭(다, 까)를 사용해서 말하게 하고 친구들끼리도 짝 활동을 하거나 모둠 활동을 할 때는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게 한다. 이런 습관을 좀 더 정착시키기 위해서 존댓말 데이를 운영한다.

위에서 설명한 별명 데이와 비슷하게, 하루종일 서로에게 존댓말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외 주의점이나 보상 등도 거의 동일하다.

사실 언젠가 교실에서 실현해보고 싶은 나의 꿈 중에 하나가 ‘아이들끼리 서로 존댓말만 사용했을 경우의 또래 관계는 어떨까?’인데, 자연스럽지 않은 환경이라서 도입은 못하겠지만 잠깐 간이라도 본 듯한 그런 느낌이긴 하다.


티니핑 데이(6월 중)

해마다 하기는 좀 어렵겠지만 그 해에 유행하는 문화를 접목해 본 활동이다. 올 초에 티니핑이 한참 유행이었는데, 5학년인 아이들에게 그 유행이 진심은 아니었겠지만 뭔가 재미있어보였나보다. 서로간에 “밥 먹었냐 츄?” “같이 놀자 츄.”하고 장난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귀여워서 “티니핑 데이를 해보면 좋겠다. 지금처럼 말 끝에다가 무조건 츄를 붙이는거야.”라고 지나가듯 말했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선생님, 저희 티니핑 데이 언제 합니까?” 라고 물어봐서, 결국 하게 된 이벤트 데이 중의 하나다.

일단 아이들 머리를 하츄핑처럼 양갈래로 묶게 하고, 서로의 이름 끝에 ‘핑’을 붙여서 부르게 했다. 만약에 이름이 서희라면 ‘서희핑’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는 마지막에 ‘츄’를 붙인다. 다만 앞선 이벤트 데이와는 다르게 교육적 목적은 좀 약한 활동이므로, 패널티의 폭을 좀 넓게 열어놨다. 특히 양갈래로 묶는 것은 5학년의 나이에게는 남녀 불문하고 당연히 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특별한 날을 위한 추억으로 권유는 하지만 싫어하는데 굳이 강행하지는 않았다. ‘핑’과 ‘츄’를 사용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원칙이지만, 앞선 별명 데이나 존댓말 데이처럼 엄격하게 살펴보지도 않았다.

특별한 날을 즐기고 싶어하는 일부 여자 친구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극적이긴 했지만, 이벤트 데이가 끝나고 소감을 적을 때 “양갈래 절대 못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라며 새로운 체험을 한 것에 만족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남자 친구들은 정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파자마 파티 데이 (할로윈, 학교 축제 전후)

시기는 할로윈처럼 분장을 하는 때나, 학교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신나는 때 하면 좋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 상 두 시기가 거의 비슷하긴 하다. 컨셉이 파자마 파티이니까 학생들이 집에서 입는 편한 옷부터 시작해서 잠옷, 인형 옷, 그외 코스튬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옷과 소품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파자마파티 당일에 나도 집에서 입는 파자마와 머리띠를 갖고 와서 이벤트 데이 분위기를 좀 돋구어주었다. 교사가 같이 참여하게 되면 쑥스러움 때문에 소극적인 학생들도 좀 더 자연스럽게 활동에 녹아들 수 있게 된다.

파자마 파티를 한다고 해서 하루종일 파자마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놀 준비를 한다. 나는 2교시 정도의 시간(80분)을 썼는데 적당했다. 우리반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가져온 돗자리와 이불을 깔아놓고 교실 안을 어둡게 한 뒤 자는 척 하기, 누우면서 이불을 던져서 몸의 가장 많은 면적을 가리는 놀이, 교사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신나게 놀다가 문이 열렸을 때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탈락하는 놀이를 했었다. 학급에 따라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신분제도 놀이 데이

5학년 2학기 사회과에서 한국사를 배우게 된다. 조선 시대의 생활 모습 중 유교 질서와 신분 제도에 대해서 학습하는 차시가 있는데, 신분 제도와 인권 및 평등 개념을 연결하여 가르치며 할 수 있는 이벤트 데이이다. 학생들을 양반, 중인, 상민, 천민 4개의 신분으로 나누어 각 계급에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양반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말 할 수 있고, 쉬는 시간에 교실의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급식도 1등으로 먹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반대로 천민은 수업 시간에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교실의 1/4만 사용할 수 있으며, 급식도 맨 마지막으로 먹어야 한다. 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는 것이 매우 불평등하다는 점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살아있는 체험이 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아이들이 신분 제도의 불합리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놀이 자체를 너무 재미있어 할 수도 있다는 점?


단풍 놀이 데이

늦가을에 접어들면 교내 안의 나무들이 예쁘게 물들고, 바닥에는 낙엽들이 한가득 쌓이게 된다. 단풍 놀이를 하기에 최적의 시기이다. 날씨 좋은 하루를 선택해서 5교시 즈음 학생들과 교실 밖으로 나간다. 아침 온도는 쌀쌀하지만 오후는 활동 하기 딱 좋은 온도가 된다. 학교 안 적당한 공터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간단한 게임(후라이팬, 수건 돌리기)를 하고, 낙엽을 이용한 활동을 한다. 팀을 나누어 정해진 시간이 낙엽 많이 모으기를 한 뒤, 모아진 낙엽을 신나게 뿌리면서 단풍 놀이를 마무리했다. 40분의 짧은 시간동안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져 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활동이라 적극 추천한다.


위의 사례는 어디까지나 활동 예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 반에서 운영되는 종류와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한 가지 주의점은 위와 같은 이벤트 데이는 반드시 교실 분위기가 안정되어 있고 질서있게 돌아갈 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역량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해에 어떤 반을 맡게되느냐에 따라 학급 운영의 방향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이벤트 데이를 진행하더라도 학생들이 너무 들뜨지 않거나, 놀이가 끝난 뒤에도 학습 분위기가 잘 유지되거나, 활동 중에 위험한 상황과 갈등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평소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고, 돌발 상황이나 변수가 많이 생기는 반에서 굳이 교사가 분위기를 흔들기까지 할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기본 학습 질서를 잡고 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결국 한 해를 어떤 활동으로 채우게 될 지는 아이들에게 달린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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