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만을 위한 시간, 일대일 대화

by 곽예지나

학교에서 학생들과 1대 1로 대화를 나누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쉬는 시간에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더라도, 주변에는 항상 다른 친구들이 같이 있다. 사실 교사와 독대하는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평소 학교 생활이 원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개인 면담이나 지도, 혹은 심도 있는 상담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와 단독으로 함께 있는 상황을 부담스럽거나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을 매우 좋아하고 따르는 경우에도 그렇다. 이런 현실이 좀 아쉽고 뭔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교실의 규칙도 잘 지켜주는 학생들은 선생님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가 없고, 그 반대의 경우에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교사와 단독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일대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아침 시간, 쉬는 시간, 중간 놀이 시간, 급식 시간 등)에 약속된 순서대로(번호순, 번호 역순 등) 돌아가면서 한 학생 당 15~20분 내외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교사와 학생이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서로의 특성을 대체적으로 파악한 4월 중순 이후부터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처음 일대일 대화를 할 때는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들과의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하루에 1명씩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럼 한 달이 약간 넘는 시간에 반 전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2번째 회기부터는 일주일에 2~3명, 3번째 회기부터는 일주일에 1명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충분하다.


일대일 대화에서 나누는 대화는 학생의 학교 생활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부분은 아래의 세 단계 흐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단계 현재까지의 학교 생활

새 학년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원활한지, 공부하는 데 어려운 부분은 없는지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학교 생활 어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괜찮습니다.”라는 단답으로 끝나기 때문에, 교사가 사전에 학생의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선별하여 질문을 띄워주면 더 다양한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어 시간에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되게 좋더라. 그런데 반대로 수학 시간에는 좀 어려운 것 같던데 어때?” “쉬는 시간을 주로 세모, 네모와 함께 보내던데? 그런데 저번에는 세모랑 갈등이 좀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 그건 잘 해결되었어?” 교사가 평소에 학생의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는 질문이 된다.


2단계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서 바라는 점

교실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활동이나 교사에게 바라는 것, 혹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질문한다. 보통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는 정답이 거의 정해져 있다. “체육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좀 더 디테일한 편이다. 믿음 장터에서 새로운 간식을 먹어보고 싶다, 이 친구와 잘 지내보고 싶은데 도움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면 좋겠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앉아보고 싶다 등등. 일단 들어보고 교실에서 실천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반영하기도 한다.


3단계 선생님이 바라는 점 및 개인 미션

일대일 대화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시간이다. 솔직히 일대일 대화라고는 하지만, 교사 앞에서 평소와 똑같이 재잘재잘 말할 수 있는 태연한 심장을 가진 학생은 별로 없다. 그래서 보통 일대일 대화는 교사가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일단 지금까지 학교 생활하는 것을 지켜보며 느낀 학생의 강점이나 장점을 먼저 이야기한다. 학생이 평소에 스스로 알고 있던 강점이라면 ‘선생님께서 나를 잘 관찰하셨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면 ‘선생님께서 나의 이런 좋은 점을 찾아내주셨구나.’라고 생각할 테니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아니면 무엇이든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깊은 인상을 전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를 만들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조심스럽게 학생이 고쳤으면 하는 점이나, 고치면 훨씬 도움이 될만한 점이나, 학교 생활을 하는데 교사의 지침과 상충되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완벽한 학생은 없기 때문에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학생이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것만은 지켜줘야 선생님과 같이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다.’라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딱 2~3가지 정도만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다음 일대일 대화 시간까지 지킬 개인 미션을 준다. 앞에서 이야기한 장점 및 고칠 점과 연결된 부분이다. 학생들마다 개별적인 특성이 달라서 미션 또한 다양해지는데, 올해 내가 준 미션들의 예시들을 적어보면 이랬다.

- 같이 노는 친구들의 범위 늘려보기(친한 친구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우)
- OO이랑 보드게임 같이 해보기(리더십 있는 아이에게 조금 소외받는 친구 부탁하기)
- 체육 시간에 경기에서 졌을 때 마음 잘 추스르기(승부욕이 지나친 학생의 마음 달래기)
- 아침에 집에서 5분만 일찍 출발하기(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의 경우)
- 쉬는 시간에 자리에서 2번 일어나기(쉬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하고의 교류가 전혀 없고, 혼자서만 시간을 보내는 학생에게 반의 분위기를 좀 더 익히게 할 목적)
- 활동할 때 주어진 시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활동 결과물을 제작할 때 대충 하거나 빨리 하고 얼른 제출하려는 학생들의 경우)

학생들에게 준 개별 미션은 교사가 기록해 놓고 다음 일대일 대화 시간에 그동안 잘 지키고 있었는지를 꼭 물어봐야 한다. 설령 학생이 잊어버리고 있더라도 교사는 기억하고 있어야, 그다음 일대일 대화 미션을 위한 기반이 된다.


만약에 가볍게 던져주는 미션 정도로 충분한 경우가 아니라,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학생이라면 여기에 살짝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평화반에서 활용하는 생활공책 <맑은 샘> 옆에 별도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주거나, 개별 미션의 달성 유무를 따로 체크해두게 한다. 이 내용은 오후에 맑은 샘을 검사하는 시간에 함께 확인하거나, 좀 더 세밀한 관찰 및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하교 후에 5분~10분 정도 남겨서 오늘의 달성 여부를 점검하기도 한다.


다음은 일대일 대화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팁이나 주의사항과 관련된 내용이다.


첫째, 대화가 끝나면 작은 간식(캐러멜, 사탕 등)을 주어서 교사와 나눈 대화가 긍정적인 감정으로 기억되도록 한다. 그래야 다음번 대화할 때 좀 더 활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교사와 단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어렵거나 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부담을 조금 줄여줄 필요가 있다. ‘선생님하고 대화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끝나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으니까.’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둘째, 일대일 ‘대화’ 시간이지 일대일 ‘잔소리’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한다. 좋은 의도처럼 포장해 두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전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소 교실의 약속을 어겨서 교사와의 사이가 좀 먼 학생들이었어도, 이 시간만은 훈육이 아닌 대화의 시간이니 오히려 그런 부분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별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때(?) 교사와 단 둘이 만나면 이렇게 마음이 편안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해 주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셋째, 일대일 대화 시간에는 교사가 교실을 비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안전하게 있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시행한다. 만일 교사가 교실 밖을 나가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는 분위기라면 과감하게 하교 후에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긴 한데, 서로 잠이 덜 깨어 있거나(교사와 학생 모두!), 대화의 시간이 길어질 경우 1교시 시작 전에 교실을 정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넷째, 일대일 대화는 상황에 따라서 한 학생과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교사의 관심과 애정을 좀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이런 욕구가 채워져야 좀 더 안정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저학년 학생의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교사에게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수업이나 일과 시간 중 문제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교실 현장은 단체 생활이므로, 활동 중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교사의 관심을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일대일 대화를 활용하면 꽤 도움이 된다. 수업 시작 전 아침에 5~10분의 시간을 할애하여 날마다 고정적으로 그 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학생의 행동이나 말에 대한 특별한 당부를 덧붙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고 교사는 적절하게 맞장구를 치면 된다. (글의 초입에서 교사와 일대일 대화 나누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었는데 보통 4학년 이상에서 해당된다.) 이후의 일과 시간에서 학생이 교사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경우, 지금은 반 전체 친구들의 시간이므로 모든 친구들에게 공평하게 선생님의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히 어렵지만 차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훈육과 지도를 위한 일대일 대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일대일 대화 역시 교실의 긍정적인 분위기 형성을 위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일대일 대화 채널은 선생님이 마음속에 그려온 이상적인 교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동시에 학생들은 선생님과 친밀하게 대화하며 평소에는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깊이 있게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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