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학생이라고 명명하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학급에서든 평균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늘 한두 명씩 존재한다. 흔히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한 집단이 있으면 그중 최소 한 명은 어떤 부분에서든지 튀는 존재라고. 만약 주변에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조직의 효율성을 설명할 때 종종 언급되는 ‘파레토 법칙’이 있다. 개미 사회에서는 일부 개미가 꾸준히 일하고, 또 다른 일부는 늘 빈둥거린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빈둥거리는 개미들을 모두 없애고 부지런한 개미들만 남겨도 그 안에서 다시 일정 비율의 놀기만 하는 개미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교실 역시 사회의 축소판이다. 모든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고, 학업에 성실하며, 교사의 지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친구들과 갈등 없이 지내는 그런 이상적인 구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이런 작고 자연스러운 생태계에서 교사는 아이들의 개성과 특성은 존중하되, 교실 분위기를 흔들고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문제 행동은 분명히 구분하여 적절히 지도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이 글에서 말하는 ‘문제’ 학생이라는 표현이 학생 자체를 문제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드러내는 특정한 ‘문제 행동’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이해한다면, 이 글을 이어나가는 마음의 부담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명확하게 선을 긋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학생의 ‘문제 행동’이란 정상 범위에서 살짝 튀는 범위를 의미한다. 만약 학생의 문제가 교육으로 교정이 불가능한 질병이나 장애(반드시 투약이 필요한 ADHD,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품행 장애, 기타 장애 등)의 영역이나, 심각한 정서적 분야(소아 우울증 등)에 해당된다면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교사는 의사나 전문적 심리 상담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는 대상은 ‘학생’이다. 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하겠다. 치료가 시급한 환자가 가장 먼저 가야 하는 곳은 병원이다. 학교가 아니다.
한 가지 더. 학생이 교육적으로 지도 가능한 범위 안에 있더라도, 가정에서 부모님이 비협조적이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학교에서 학생의 문제 행동을 아무리 지도해 놓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곧장 초기화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타고난 기질이 원인이 아니라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가정교육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가장 높다. 2학년의 경우를 가정했을 때, 만 9년을 키운 부모와 방학을 제외한 9개월을 함께 하는 교사. 둘 중에 누가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인가? 답은 뻔하다.
민감한 부분이라 서두가 좀 길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교실에서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겠다. 문제 행동은 그 종류와 범위가 몹시 다양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사례 별로 지도 방법을 설명하기보다는 총론의 느낌으로 써보고자 한다.
첫째,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교사의 지도와 훈육이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어쨌든 그 기저에는 반드시 사랑이 깔려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마음 없이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지적만 반복되면, 학생의 잘못은 교정되지 않은 채 교사와의 관계만 파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꾸 혼날 일만 쏙쏙 골라서 하는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답하겠다. ‘나는 별이를 사랑한다. 나는 별이를 사랑한다. 나는 별이를 정말 정말 사랑한다.’라고 하루에 수 십 번씩 마음으로 외워본다. 영원히 사랑하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나의 반에 온 1년 동안에는 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이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사랑하게 되기까지 힘들겠지만, 문제 학생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을 때 교사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
둘째, 최초의 잘못으로 아이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결론 내리지 않는다. 학생들은 새 학년이 되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어떤 아이도 새 학년 첫날에 ‘나는 올해 완전 엉망진창으로 보낼 거야. 이번 1년을 완전히 망쳐놓을 거야.’라고 계획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그동안 쌓아왔던 업적(?)이 있기 때문에, 개학한 지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분명히 선생님 눈에 튀는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보통의 선생님들은 이 최초의 잘못을 발견했을 때, 학생의 버릇을 단단히 잡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좀 더 엄하게 지도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첫 일주일~이주일 정도는 학생을 탐색하는 편이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그 순간에 곧바로 그 행동을 제지하기는 하지만, 크게 혼내거나 훈육하기보다는 먼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새 학년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 반에서 어떤 일은 되고, 어떤 일은 안 되는지 아직 잘 모르는구나. 이건 선생님이 허락할 수 없는 일이야. 알아두렴.”
그 학생이 본질적으로 나쁜 아이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아직 새 학년의 규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실수를 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도 선생님이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이미 낙인찍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다음번부터는 가능하면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나는 이렇게 상대방의 기대를 저 버리고 싶지 않은 심리를 새 학기 첫날이 이용하는 편이다. 반에서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가 가장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학생에게, 누구나 쉽게 수행 가능한 심부름을 시킨다. 그리고 학생이 심부름을 끝마치고 교사에게 보고하러 왔을 때 “야무지게 잘 끝냈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를 이렇게 좋게 봐주시다니.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앞으로도 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게 된다. 아주 사소하지만 효과가 좋은 팁이다.
셋째, 문제를 한꺼번에 다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 학생이 한두 개의 문제 행동으로 인하여 그런 타이틀을 획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 행동이 일어나게 된 핵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원인으로 인한 결과는 다방면에서 나타난다. 선생님들이 자주 관찰하게 되는 문제 행동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수업 시간 집중력 저하 : 교과서에 낙서하기, 멍 때리기, 엎드리기, 자세 불량, 잠들기 등
- 수업 분위기 방해 행동 : 옆 친구에게 말 걸기,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기, 교사 허락 없이 큰 소리로 하고 싶은 말 다 하기, 혼잣말하기, 지나친 승부욕 등
- 교우 관계 갈등 유발 : 친구에게 시비 걸기, 놀이 규칙 어기기, 친구 때리기, 친구에게 폭언하기, 친구 따돌리기 등
- 교사와의 갈등 : 교실 규칙 불이행, 교사의 훈육 거부, 교사에게 예의 없는 언행 등
- 교칙 위반 : 복도에서 뛰어다님, 교내에서 핸드폰 사용, 허락되지 않은 장소에 출입 등
- 학교 부적응 : 잦은 지각과 결석, 등교 거부, 학교 생활에 의욕 없음 등
내가 지도해야 하는 학생이 위에 제시된 사례 중에서 교과서에 낙서하기, 멍 때리기,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기, 놀이 규칙 어기기, 친구에게 시비 걸기, 친구 때리기, 교사의 훈육 거부,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문제 행동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다 해결하고 싶겠지만, 그것이 가능했다면 애초에 이렇게 많은 문제 행동들이 발현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교정이 필요한 문제 행동 중에서 가장 빨리 고쳐야 하는 것과, 가장 고치기 쉬운 것 2가지를 고른다. 즉시 제거되어야 하는 문제 행동과, 쉽게 고칠 수 있음으로써 아이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생님에 따라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먼저 고쳐야 할 문제 행동에 대한 기준도 약간씩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라면 가장 빨리 고쳐야 할 문제는 ‘친구 때리기’, 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는 ‘교과서에 낙서하기’를 고를 것이다. 그리고 학생과 고쳐나가기로 협의한 한 2가지 문제 행동이 90% 이상 제거될 때까지 그 외의 문제 행동은 지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학생이 친구와 놀이를 하다가 규칙을 어겨서 말싸움이 오고 가지만 최소한 친구를 신체적으로 먼저 건드리지는 않는다면 일단 지켜본다.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낙서는 참고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경우에도 지적하지 않는다. 학생과의 행동 계약에서 그 부분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어느 세월에 문제 행동을 모두 교정할 수 있을지 눈앞이 좀 캄캄할 수도 있다. 다행인 점은 최초의 문제 행동을 고치는 데에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들지만, 조금씩 그 속도 그래프가 가팔라지는 구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행동도 교정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