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엔딩-1. 주인공의 동네
우리에게 돈은 무엇일까요? 모든 것들의 가치 척도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의하면 될까요. 우리 삶에서 돈은 늘 최상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세상만사의 모든 문제가 돈으로 엮였고, 돈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들의 현재 삶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시대 위에 있습니다.
돈돈 하면서 살았음에도 돈은 우리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소수를 제외하고, 다수에게는 말입니다. 우리는 돈의 구조를 이해하기보다는 돈의 욕망만을 배운 탓에 돈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고, 우리를 그렇게 만든 이들이 바로 세상의 부, 돈을 모두 쥐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달러의 금태환 제도가 실행된지 80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의 금 1온스의 가격은 35불이었습니다. 금에 맞춰 달러를 찍어내겠다고 약속했는데 보유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찍어냈습니다. 당연히 종이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됩니다. 미국은 금태환 포기 선언을 했고, 달러와 석유를 묶습니다. 중동의 원유를 달러로만 살 수 있게 만듭니다. 페트로 달러 체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원유와 달러가 결합되다보니 원유 가치가 올라야 달러의 가치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귀한 석유가 되기 위해서는 석유가 금만큼이나 희소해야 될 필요가 생깁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석유 고갈설입니다. 지금의 4~50대들이 순하고 착했던 청소년기에 석유가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만들게 한 바로 그 썰입니다.
지금 금 1온스의 가격은 대략 2,800달러(1970년 기준, 35달러)입니다. 금태환제 기준 시기에 비하면 80배가 오른 가격입니다. 종이돈이 많아졌으니 종이돈에 대한 실물의 가치는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 백원만이라며 백원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렸던 우리 세대들은 현재 100원의 가치가 그 시절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화폐량의 증가량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은 화폐 발행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실제 화폐량은 증가해 왔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부터 2021년 코로나 핑계로 돈을 엄청나게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풀기를 예쁜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양적완화.
양적완화의 결과가 양극화를 더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대부분이 더 가난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70년 대 동일한 실물을 소비하거나 가지기 위해서 물가 상승분에 따른 수십 배의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집값이 대표적입니다. 경기가 나쁘고, 경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빚을 내다보니 실제 사용할 돈이 부족해져 버린 것입니다. 소비가 줄어드니 일자리도 함께 줄어듭니다. 점점 악순환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니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돈이 교환의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축적하고,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종자돈으로 쓰고 있으니 돈이 늘 모자라고, 그래서 돈을 더 풀 생각만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돈이 돈을 버는 구조는 더 튼튼해지고 있습니다. 좋은 경제 정책이란 일을 하면 돈이 생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경제구조는 돈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돈이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일을 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은행의 빚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세상에 살게 된 것입니다.
S# ENDING -1. 주인공의 동네
영화의 엔딩, 바로 앞 씬에서 돈이 교환을 위해 쓰였던 80년의 자연스러운 경제 구조를 몽타주 형태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일을 하면 돈이 생기고, 누구도 빚을 지지않고,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는 과정을 압축해 보임으로써 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뵈르글의 기적'이라는 영화의 오마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