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5년 만이네
오랫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던 친구에게 한강 러닝을 뛰자고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퇴근 후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한강공원으로 향하는데 유독 익숙한 장소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건드렸다.
한 걸음 걷는 거마저 힘겹게 내딛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여자친구의 차를 타고 종종 한강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겼는데 그 기억이 떠올랐다.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매일이 소중했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차의 뒷모습을 없어질 때까지 봤었던 나의 가장 찬란했던 연애였다.
가진 거 없고 몸도 성치 않은, 나조차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을 때 날 사랑해 준 그녀를 깊이 사랑했다. 내 불행의 이유가 그녀의 행복의 조건이라면 모든 불행을 감내하겠다 다짐했으니까.
끙끙대며 발걸음을 내딛던 산책로가 숨이 헐떡일 만큼 뛸 수 있는 라인으로 변했다. 같이 누워있던 그물망도, 보름달이라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던 장소도, 라면을 호록이며 웃던 테이블도 내게는 어제의 일처럼 남아 기억을 스친다.
가끔 뇌가 원망스럽다. 왜 행복했던 기억만 선명하게 남고 나쁜 기억은 그렇게 쉽게 희미해지는지. 나만 이런가 싶어 화가 나다가도 동시에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준 사랑보다 더한 사랑을 받으면서 매일이 과분하게. 내 다짐이 무색하지 않게. 언제나 늘 그렇게.
그래도,
사랑은 변하지만 사랑했던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