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이제 작가님들의 결핍은 무엇인가요?
들었던 가브리살을 다시 그릇에 내려두었다.
첫 만남은 연신내역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카페 지하에서 시작됐다. 떨리는 입술과, 새어 나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눈망울 앞에서 나는 잠시 커피잔에 맺힌 알량한 이슬로 시선을 옮겼다. 감정선이 긴 내가 먼저 무너질 것만 같아서.
촬영의 주제는 결핍이었고, 우리는 서로가 가진 아픔을 마주 봐야만 했다. 피해 갈 수 없는 질문들 앞에서 각자의 말은 더뎠고 침묵은 길었다. 그 침묵마저 기록해야 하는 시간이었으니까.
서울을 싫어하는 내가 주황색 노선에 몸을 맡길 수 있었던 건, 작가님들의 웃음을 보고 싶어서였다. 촬영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조금씩 미소를 되찾고 있었고 장마가 매섭던 마지막 촬영 날에는 맨발로 땅내음을 실컷 느끼며 뛰어도 지치지 않았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예술을 고민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전보다 조금 더 밝은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 늘 골목진 카페만 고집하던 우리가 이제는 서울 3대 고깃집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며 웃고 있다. 각자의 현재와 일상을 더듬다, 문득 날아든 질문 하나에 과거의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전 학업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해요.
감춰두었던 원서를 꺼내 보이며 답했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니 괜히 머쓱해져 물 잔을 천천히 홀짝였다. 학업과 회사의 병행은 생각만 해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바라보기에는 내가 너무 욕심이 많다.
힘이 있을 때, 한 걸음 더 걸어야 하는 법이니까.
정민! 난 간다~!
주임님이 퇴사했다. 아직 계약 기간까지 한 달이 남아 있었지만, 선택을 당하는 쪽이 아니라 선택하는 쪽을 택했다. 그 마지막 인사말이 홀가분하게 들렸다.
다음 날, 사람들은 내게 주임님의 퇴사 이유를 물었다. 나는 말끝을 흐렸다. 스쳐가는 생각들과 하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어디까지나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믿지 않으니까.
다시 쳇바퀴 같은 버팀이 시작된다. 아침부터 연구소와 개발 미팅을 오가고,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고, 같이 역까지 가자는 C대리의 제안에 웃으며 그러자고 답한다. 마음은 공허하지만, 공허하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는 않다.
두 페이지를 쓰다
전부 다 지워버린
이 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