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As always

by 한결


시간 지나 이렇게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정신없이 집안일을 시작했다. 건조기 안에서 돌아가는 이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서둘러 차키를 집어 들고 본가로 향했다.


늦은 밤 도착한 옛 동네에서 우연히 호떡 아저씨를 마주쳤다. 초등학생 시절, 천 원 한 장을 쥔 채 아저씨를 올려다보며 호떡을 사 먹던 소년은 비 가림판에 머리가 닿을 만큼의 청년이 되었고, 25년 동안 늘 한자리를 지키던 아저씨는 어느새 4학년 손자를 둔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배고픔 때문이었는지, 그때의 추억 때문이었는지 호떡은 유난히 맛있었다. 잔돈을 주려는 아저씨에게 손사래를 치며 추억의 값이라 생각해 달라고, 오래오래 이 자리에 있어 달라고 새해 인사를 건넸다.





지난 사랑을 덮는 사람은 분명 나타나.
그 사람이 널 덮었듯이.



아침부터 생일상을 차려주겠다며 가게로 오라는 친구의 연락에 심란한 마음을 끌고 향했다. 내 안색을 읽은 건지 친구는 앞자리에 앉아 속마음을 털어놓으라 했다.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다가 친구는 큰 봉지 하나를 자리에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아플 때일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면서.


말보다 마음을 먼저 놓고 가는 사람에게 깊은 위로를 느꼈다.





좋겠습니다.



비몽사몽한 일요일 오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목사님 설교를 수첩에 끄적이고 있는데 익숙한 문체가 마이크를 타고 귀에 들어왔다. 화면에는 내 글이 띄워져 있었고 목사님은 그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고 계셨다.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저 글을 언제 썼는지 궁금해졌다. 기억을 더듬자 애써 덮어두었던 아픈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설교는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부디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정민쌤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왠지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잠시 몸담았던 수학학원의 원장님은 참 특별한 분이었다. 이유 없이 날 예뻐해 주셨고, 삶의 고비마다 진심이 담긴 연락을 보내주셨다.


원장님과의 저녁 자리에서 아이처럼 지난 삶을 늘어놓았다. 학교 이야기부터 회사에 적응해 가던 일들, 그리고 미치도록 힘들었던 최근의 시간까지. 내 눈을 마주 보며 끝까지 들어주는 그 시선에, 애써 눌러 두었던 마음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원장님의 메시지를 보고 결국 무너졌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앞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당신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 메신저로 동기가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같이 소개팅을 나가자며 설문지를 보낸 것인데 막힘없이 적어 내려가다 멈칫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에 손이 멎었다.


이름을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나가지 말까, 잠시 생각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답을 적었다.



눈이 큰, 수줍음 많은 여성.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