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내는 마흔일곱 번째 편지

As always

by 한결




가난하지 않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대개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오래 말하지 않으니까요. 저에게 결핍은 문장을 끌어올리는 손잡이였고, 슬픔은 생각보다 쓸모가 많더라고요.

지독히 망가진 날에도 마음 한구석에 걸어두었던 희망이라는 단어가 다시 책상 앞으로 앉게 했습니다.


삶에는 소리 나지 않는 균열이 많아서 우리는 자주 무뎌진 것들을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칩니다.

멀쩡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일,

그건 어쩌면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착각을 쥐여주는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착각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래전에 멈춰 섰을지도 모르죠.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비밀들과 아무도 몰라준 애씀들이 등 뒤에서 나를 밀어 그렇게 하루를 더 살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겨우 하루를 건너온 당신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애써 지켜온 작은 것들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고.

지금은 흩어진 조각처럼 보여도

그 조각들은 언젠가 퍼즐처럼 맞춰져

당신을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구해낼 거라고.

내가 지나온 삶과 그 시간을 붙들기 위해 써 내려간 문장들이 그것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거든요.




어쩌면 당신의 불안은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증거일거에요. 바람 불지 않아 피는 꽃이 없듯이요.


고통 없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

때로는 너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제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다 지나간다는 거예요.


아픔도

슬픔도

깊은 밤도

자신을 미워하던 순간까지

전부.


잔인하게 들릴지라도

매정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버틸 힘조차 없다는 것도 압니다.

지금 이 말에 울컥하며 반박하고 싶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살아내주세요.


그 화와 억울함은

얼마든지 제게 던져도 괜찮습니다.

혹시 이 문장들이

당신을 내일로 밀어주는

아주 작은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손 하나 들 힘이 없는 날에도

저는 이곳에서 계속 글을 쓰겠습니다.



서툰 문장을 읽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오늘도 끝내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한결.





p.s 상실을 겪고 이제야 힘겹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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