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익어가는 땅 ㅡ 영주 >
새벽 4시. 알람과 함께 잠을 깼다. 창밖은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렸다. 아내는 벌써 일어나 김밥을 싸고 있다.
잠이 덜 깬 몸과 마음이 부산해진다.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김밥 몇 알을 입에 넣었으나, 몸이 달가워하질 않는다. 먹는 둥 마는 둥 간단히 해치우고, 어젯밤 싸놓은 가방을 들고 바삐 차에 올랐다. 아내가 냉커피와 김밥을 싼 가방을 들고 먼 길을 배웅한다. 코너를 돌아 나오니 차를 지켜보고 있는 아내가 백미러에 잡힌다. 차창을 열고 손짓으로 답을 하며, 천천히 아파트 정문을 빠져나왔다.
오늘, 손해평가사 자격으로 처음 떠나는 곳은 영주라는 낯선 땅이다. 부석사와 소수서원이라는 유명 사찰과 서원이 있는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 목적지 영주농협까지 4시간은 족히 달려야 한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는 차량행렬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 오늘도 어김없이 고속도로 위에 펼쳐지고 있다.
한 시간 여를 달리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며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아침 해가 구름사이로 서서히 얼굴을 내민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7월 초순. 붉게 솟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창문을 여니, 새벽 공기가 가슴으로 스민다. 첫걸음을 나서는 풋내기 평가사의 아침. 설렘과 행복을 싣고, 차는 영주 땅을 향해 달린다.
늦은 나이에 나의 선택과 도전으로 시작하는 또 다른 삶과 인연이 이렇게 작은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삶은 끝없는 도전과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