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인연, 아름다운 사람들

by 윤기환

1.

수십여 년 동안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이곳 영주 땅에서 손해평가사라는 인연으로 새롭게 만났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팀원 8명 전원이 이곳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함께 뭉쳤다. 각자 바삐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팀원 모두가 함께 저녁을 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고기를 굽고 술잔이 오가며, 각자 살아온 삶의 얘기도 함께 오고 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면부지였던 우리가 일을 얘기하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삶의 여정을 서로가 알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또 다른 삶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있다. 또 며칠 후면 뿔뿔이 헤어져 각자의 삶을 영위하겠지만, 이 일을 계속하는 한 우리들의 만남은 계속될 것을 믿는다.

오가는 술잔이 한 잔 두 잔 늘어나면서, 새로운 인연들의 웃음소리도 왁자지껄 익어간다.


살아가는 일은 이렇듯 인연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2.

열흘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과과수원 착과수조사가 모두 완료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장맛비와 폭염 속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훌쩍 지나간 시간이었다.


열흘동안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가는 곳마다 참으로 정을 듬뿍듬뿍 담아 주셨다. 더운데 고생한다며 음료수나 사과즙 한 봉지, 시원한 냉수 한 병을 내주시고, 때론 참외를 깎아주시고, 매실 몇 개 맛보라고 챙겨주시기도 했다. 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넉넉한 가슴을 보았다.

평생을 이곳을 지켜가며 살아온 그들이 있어 영주의 명품 사과가 해마다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다.

나는 잠시 이곳을 방문하고 떠나지만, 그들은 여전히 고향과 사과를 사랑하고 익히며 살아갈 것이다.


올 가을, 온통 붉은 사과로 뒤덮일 이곳을 그려본다.

그때쯤 영주 땅은 붉고 향긋한 사과내음이 온천지에 물씬 풍기겠지.....

KakaoTalk_20240122_110935629_09.jpg


keyword
이전 04화비와 소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