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어느 손해평가사의 하루
14화
자식 자랑
by
윤기환
Feb 21. 2024
아래로
"아버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계약자 어르신과 논두렁을 걸으며 넌지시 묻는다.
"올해로 여든 하고도 셋이여~"
"그래요? 아버님!! 그 연세에 정말 정정하십니다. 제가 뵙기는 칠순도 안되신 것 같아요~~"
나는 계약원장을 통해 이미 어르신의 신상을 알고 있지만, 짐짓 너스레로 대화를 이어간다.
"근심 걱정이 없어서 그렁가벼~~"
어르신은
반색을 하시며 의기양양하게 말씀하신다.
"어르신! 걱정이 없으신걸 보니 자식들이 모두 잘되신 모양이에요!"
내가 추임새를 넣으니, 어르신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신다.
"그려~ 아들 둘, 딸 셋을 뒀는데, 모두 잘되얐어. 손주들도 열이 넘는당께. 큰 놈은 새끼들하고 미국 가서 살고, 나머지도 서울이랑 도회지로 나가서 잘들 살고 있당게. 그러니 이 늙은이가 무슨 걱정이 있겄어
~~
.
그냥저냥 이 몸띵이 하나만 안 아프면
된당게"
"아버님! 정말로 그러시겠어요!"
내가 맞장구를 치니, 어르신 자랑은 묻지도 않은 증손주 자랑으로 이어지며 신이 나셨다.
그랬다. 내가 만난 어르신들 모두 평생 고향 땅을 지키며 살아오신 분들이다. 도회지 이곳저곳으로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간 자식들 걱정에 주름살은
깊어가지만 자식과 손주들 자랑하는 재미로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그 선한 눈을 가지신 어르신들은 오늘도 운명처럼 고향땅을 지키며, 그렇게 살아가고 계신다.
keyword
어르신
자랑
Brunch Book
어느 손해평가사의 하루
12
낫
13
초보운전
14
자식 자랑
15
행복
16
지평선 축제
어느 손해평가사의 하루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1화)
33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윤기환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은퇴 후 소박한 배 한 척의 선장이 되어 '또 다른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점차 거칠어만 가는 삶의 파도에 맞서며, 새로운 항로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구독자
375
제안하기
구독
이전 13화
초보운전
행복
다음 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