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중심, 물과 토양이 좋아 예로부터 쌀맛 좋기로 유명한 축복의 고장, 이곳 김제에서 올해도 하늘과 땅이 만나는 황금물결 지평선을 테마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스물네 번째 열리는 지평선축제를 알리는 길거리 현수막이 며칠 전부터 나를 유혹했다.
내일이면 끝나는 축제가 내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한다. 다행히 늦지 않게 오늘 일을 마치고, 저녁때쯤 축제장을 향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온 지 여러 날이 지나도록 전화통화만 하고 만나지 못했던 익산과 김제에 사는 두 동생을 축제장에서 만났다.
축제가 열리는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쌍룡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반겨주고, 넓은 축제장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전시장 건물 옥상에 올라가니 김제평야의 자랑, 지평선이 해 질 녘 노을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다. 지평선 노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축제장에 온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벽골제 푸른 저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너무 의외였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벽골제가 바닥까지 메말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1,300여 년 전, 백제시대에 축조되어 장구한 세월 동안 이 지역의 주요 용수가 되어왔던 벽골제. 그 넓었던 저수지가 물이 줄어들면서 대부분 농지로 변하고,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저수지 마저 바짝 말라붙어 버린지 꽤 되었다 한다. 바닥을 보인 저수지엔 덩그러니 꽃밭이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아직도 그 옛날의 면모를 잘 유지하고 있는 제천의 '의림지처럼 벽골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복원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예산 문제로 아직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한구석을 답답하게 한다.
축제의 또다른 즐길거리인 먹거리 장터로 발길을 돌렸다. 막걸리가 춤을 추고, 잘 부쳐진 파전, 도토리묵, 홍어회가 유혹하는 식당을 여러 군데 돌면서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과 얼큰한 밤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