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른 아침. 다소 쌀쌀한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국토종주를 결의한 ‘열혈청춘’ 넷이 대장정의 첫 출발점인 정서진에 모였다.
정서진은 내륙의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해넘이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2011년 아라뱃길 조성과 함께 국토종주의 스타트 라인이 되면서, 정서진은 라이더들의 성지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국토종주에 나선 라이더들의 결의와 설렘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 출발해 국토종주를 마친 라이더들이 벅찬 가슴으로 환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평균 나이 65세 청춘들의 얼굴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함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아라타워가 서해의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수호신처럼 우뚝 서있고, 아라 자전거길 개통 기념비와 정호승 시인 시비 ‘정서진’이 눈길을 끈다.
이미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지고 있는‘열혈청춘’이지만, 지는 노을처럼 한 번쯤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는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가슴에 와닿는다.
벗이여!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노을 지는 정서진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라
해넘이가 없이 어찌 해돋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해는 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찬란하다
해는 지기 때문에 영원하다
(정호승의 시비 ‘정서진’ 중에서)
아라타워와 서해바다
아라타워에 있는 정서진 관리사무소에서 국토종주 인증수첩을 하나씩 샀다. 인증수첩을 손에 들고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23층 아라타워 전망대에 올랐다. 망망대해 서해로부터 연결되는 아라뱃길의 관문, 아라서해갑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려 고종 대부터 명맥을 이어왔다는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서, 문화가 흐르는 뱃길이었다. 민족의 염원을 담아 명실상부한 운하의 형태로 뱃길이 다시 열린 지 10여 년이 흘렀다. 이 뱃길을 따라 천년의 역사가 도도하고 거칠게 흘렀건만, 강물은 그저 무심한 듯 흐르고 있다. 강물과 함께 흘러간 세월을 본다. 세월 속에 묻힌 역사를 본다.
정서진인증센터 첫 인증
소나무 숲길에 빨간 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정서진인증센터’에서 첫 인증도장을 찍고, 국토종주 스타트라인에 서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대망의 ‘열혈청춘 국토종주 대장정’이 열리고 있다.
정서진 스타트라인
정서진 결의
삼천리강산 서쪽 끝자락 나루터, 정서진.
가슴 뜨거운 ‘열혈청춘’이 국토종주 대장정의 첫 페달을 밟는다.그 옛날, 대륙의 중원에서는 '도원결의'가 있었다 했지. 오늘 우리들의 시작은 '정서진결의'라 해두자!국토 종주를마무리하는 그 벅찬 기쁨의 날을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달리고 달릴 거야.
네 개의 젊은 심장과 여덟 개의 바퀴가 달린다!!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아라뱃길
‘천년의 약속’이 흐르는 아라뱃길을 달린다. ‘위대한 항해의 시작’을 알리는 아라서해갑문을 시작으로 뱃길을 따라 흐르는 운하에는 청운교, 백석교, 시천교 등 열여섯 개의 ‘이야기가 있는 다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라뱃길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은 넓고 곧게 뚫려있다. 주변에 공원 쉼터와 휴게소, 화장실 등도 언제든지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꿈결처럼 흐르는 강물 따라 20여 km를 달려 아라한강갑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아라뱃길이 끝나고 한강종주 자전거길이 시작된다. 목마름과 시장 끼가 온몸을 파고든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간이매점에서 간식과 음료수로 허기를 달래고 여의도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아침나절 다소 쌀쌀하던 날이 오후가 되면서 따스한 햇살이 삐친다. 라이딩하기 딱 좋은 날이다.
여의도 샛강 갈림길에서 인증센터를 놓치는 바람에 국회의사당 뒤편에 있는 여의도공원 인증센터까지 4km 정도를 돌아야 했다. 국토 종주 첫 ‘알바‘다. 라이더들은 엉뚱한 길로 잘못 들어 추가로 한 라이딩을 소위 '알바'라 한다. 이 정도의 알바는 애교에 불과하다. 앞으로 숱한 알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라 서해갑문, 아라 한강갑문에 이어 세 번째 인증 도장을 찍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수첩에 하나씩 채워가는 인증도장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찍다 보면, 언젠가는 국토 완주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벅찬 날이 오겠지......
아라 자전거길
축복처럼 흐르는 도심의 강
여의도 공원은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싱그러운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자전거를 타며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틈을 지나 도시의 빌딩숲이 이어지는 길을 달린다. 강 따라 이어지는 한강변 빌딩들과 다리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수도 서울에 이렇듯 멋진 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이처럼 강폭이 넓고 잘 정비된 도심의 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다. 바늘 하나 꽂을 데 없는 수도 서울의 숨 막히는 공간에서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한강은 언제 와도 막힌 숨통을 확 트이게 한다. 이 길은 그동안 숱하게 달렸던 길이지만, 국토 종주를 시작하는 첫 라이딩이라 더욱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도심을 따라 축복처럼 흐르는 강을 끼고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인증센터’를 거쳐 광나루를 향해 달렸다. 광나루 인증센터에서 마지막 인증을 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서녘으로 기울고 있다. 점심도 거르고 달려온 열혈청춘의 국토대장정 첫 라이딩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우리가 자주 찾는 암사역 근처 꺼먹돼지 맛집에서 첫 라이딩을 자축했다.
이제 시작이다. 대장정의 첫 페달을 밟은 행복과, 앞으로 우리 앞에 전개될 행복한 날들을 얘기하며 열혈청춘의 첫 라이딩을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