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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Aug 17. 2024

자전거 국토 대장정을 시작하며

        

두 바퀴 위에서 행복한 네 명의 청춘들이 뭉쳤다. 자전거에 진심인 우리의 모임을 ‘열혈청춘(熱血靑春)’이라 하고, 이름 대신 나이 순서대로 열(熱) 혈(血) 청(靑) 춘(春)으로 부르기로 했다.

열이 형 나이는 일흔 하나, 혈이(나)는 예순다섯, 청이 아우 예순셋, 막내 춘이 아우는 예순하나다. 합계 나이 260살, 평균나이 예순다섯 살의 청춘들은 모두 같은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평생을 함께해 온 선후배 사이였다.    

 

정년퇴직 이후 각자의 삶 속에서도 우리는 옛정을 잊지 않고 형과 아우로 지냈다. 평소 각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있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전거 모임을 결성했다. 가까운 한강, 소요산, 서해 5도, 임진각, 백운호수 등지를 함께 돌던 어느 날, 막내아우가 국토종주에 도전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흔쾌히 그 제안에 동의했지만, 걱정과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전국을 자전거로 돈다는 것은 그리 녹녹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모두의 걱정거리는 바로 ‘나’였다. 이는 그동안 여러 번 라이딩을 함께 하면서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내 자전거는 전문 라이더용이 아닌 소위 '동네 자전거'인 데다가, 라이딩 때마다 늘 내가 뒤쳐졌으니 그도 그럴 만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우리 열혈청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서로에 대한 오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이미 자전거로 국토를 일부 돌아본 경험이 있고, 머릿속에 전국지도 한 장 가지고 있는 것처럼 지리에도 밝은 막내아우가 있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다.  

    

우리의 라이딩 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퇴직은 했지만, 각자 생활이 있기 때문에 넷이서 일정을 맞추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당초 우리가 계획한 일정대로 추진은 안되었지만, 모두가 가능한 날을 잡아 구간별 1박 2일, 2박 3일, 또는 3박 4일 일정으로 국토 종주 길을 하나씩 완주해 나갔다.


‘22년 11월 말 정서진에서 첫출발을 한 이후, 북한강과 남한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낙동강 등 5 대강과 새재길과 오천길, 동해안길, 그리고 제주환상길까지 2,000여 Km에 달하는 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때로는 비바람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했고, 찌는 더위와 무던히도 싸워야 했다. 그 과정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젊은 육신에 감사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렇게 극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나를, 우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서진에서 첫 페달을 밟은 지 1년 6개월 만에 드디어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국을 두 바퀴로 돌면서, 좁게만 생각했던 우리 강산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 가를 새삼 알았다. 돌아보지 않고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국토의 속살을 만지고 느끼며 달리던 그 행복한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억이 되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강과 산, 들과 바다를 떠올리며, 가슴 떨리도록 벅차고 설렘 가득했던 '열혈청춘의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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