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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Sep 06. 2024

천리 길 비단물결 금강 1

(2023.05.20.~5.21)


        

한강, 섬진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금강 종주길에 나섰다. 대청댐에서 시작하는 금강 라이딩은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정으로 잡았다. 용산역에서 7시 30분 출발하는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신탄진역까지 가는 2시간 여행은 버스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한가롭게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잡담으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신탄진역

대청댐     


금강종주 시작점인 대청댐까지 가기 위해서는 신탄진역에서 약 7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공도를 따라 달리지만, 자전거길이 따로 조성되어 있어 라이딩하기 편하다. 그러나 대청댐에 가까워질수록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이 시작부터 힘든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다. 10여분 힘든 오르막길을 오르니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넓다는 대청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금강 자전거길은 이곳 대청호를 기점으로 시작하지만, 금강은 전북 장수군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무주, 진안을 거쳐, 청주, 대전, 세종, 공주, 부여, 익산을 지나 서해 군산만으로 유입되는 강이다. 지류들이 이곳에 모여 본격적인 금강의 위용을 자랑하며 흐르기 시작한다.      

차를 몰고 두어 번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자전거로 금강 라이딩을 시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맛과 설렘이 있다. 그 설렘을 사진에 담고, 다시 오던 길을 달린다. 시원하게 달리는 내리막길은 언제나 행복이다.   

대청댐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이응다리     


아침도 거른 채 정오를 넘겼다. 부강의 한 식당에 들러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했다. 세종보를 향해 세종시 인근을 지나는데, 둔치 사면에 6월의 코스모스라 불리는 금계국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꽃말처럼 밝고 활기찬 얼굴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꽃의 손짓에 끌려 잠시 춘이 아우와 함께 쉬어가기로 했다. 앞서 간 열이 형과 청이 아우는 보이지 않는다. 강 위에는  다리 하나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보통, 강 위의 인공 시설물은 을씨년스러울 법도 한데, 강과 잘 어울린다. 그 멋에 이끌려 다리 입구로 가니, ‘이응다리’라는 푯말과 함께 다리 연혁이 소개되고 있다. 이응다리는 최근 ‘22년도 3월에 완공된 이응(ㅇ) 字 모양의 복층형 다리다. 세종대왕 한글 창시 연도인 1446년을 상징해서 다리길이가 1,446m라 한다. 이응이라는 둥근 고리는 사람과 자연이 둥글게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그 말에 공감을 하며 천천히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뭉게구름이 노니는 파란 하늘과 푸르게 흘러가는 강이 다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그 위를 걷는 발길이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다. 강 건너엔 세종시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응다리가 세종시와 아름다운 소통을 하는 듯 길게 손을 뻗어 악수를 하고 있다.     

그냥 스쳤다면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안고 세종보를 향해 달렸다. 멋진 풍광 하나 놓친 것을 알 리 없는 열이 형과 청이 아우가 기다림에 지친 얼굴을 하고 우리를 맞는다. 미안한 마음에 너스레를 떨며 한바탕 웃음으로 인증을 하고 나니 2시가 넘었다. 물 한잔으로 더위에 지친 몸을 다스리며 공주보로 향한다.     

이응다리와 금계국

웅진 백제의 왕성, 공산성     


공주보로 가는 길이 넓은 강변에 펼쳐진다. 잘 다듬어진 강변을 흥얼거리며 달린다. 강 따라가는 길이기에 무심코 페달을 밟고 가는데, 아뿔싸! 아무리 달려도 앞서 간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강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춘이 아우한테 전화가 왔다. 세 명 모두 공산성에 있다 한다. 공산성 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철길을 건너야 하는데 나는 푯말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함께 라이딩하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지만, 가뜩이나 지친 상태에서 '알바'를 할 때면 기다리는 사람도, 돌아가는 사람도 더욱 지치고 힘들다. 십리 길을 다시 돌아 공산성으로 갔다.    

  

공주의 다른 유적지는 대부분 와 본 적이 있으나, 이곳 공산성은 처음이다. 몸은 지쳤지만 라이딩의 또 다른 재미를 포기할 수 없다. 뒤늦게 합류하여 공산성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공산성은 백제의 도읍 한성이 고구려에 의해 함락되면서 새로 천도한 웅진백제의 왕성이다. 백제시대에는 웅진성, 고려시대 공주산성,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 인조가 이괄의 난(1624)을 피해 산성에 머문 이후 쌍수산성으로도 불리었다 한다. 성 정상에 서서 발아래로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강을 따라 흘러간 백제인의 삶을 생각한다.


공산성


비단물결 풀어내는 금강(錦江)     


공주보 인증센터에서 백제보를 향하는데 햇살을 품은 강물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아름답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윤슬을 보고 있으니, 선인들이 왜 이 강을 비단 물결이 흐르는 강(금강, 錦江)이라 이름 하였는지 알 것 같다. 해가 서녘으로 뉘엿뉘엿 기우는 강을 따라 달린다. 비단물결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고 있다. 은빛이던 물결이 금빛으로 바뀌더니, 금세 붉은 홍조를 띠고 핏빛으로 물든다. 그 물결 따라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숨어버릴 때까지 달려 백제보에 도착했다.     

 

해질녘 비단물결 금강


오늘은 부여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시내에 있는 부소산성 앞 모텔에 짐을 풀었다. 하루의 피로를 샤워로 씻어내고 근처 식당에 들러서 소고기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아직 못다 한 여흥을 마무리하기 위해 간식을 사들고 모텔에서 뒤풀이 판을 펼쳤다. 내미는 술잔이 정이 되어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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