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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Sep 09. 2024

천리 길 비단물결 금강 2

(2023.5.20.~5.21)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 갑자기 한기가 들고 몸이 오들오들 떨리며 몸살 끼가 있었다. 준비해 간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잠이 들면서 동료들에게 피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도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뿐하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춘이 아우는 벌써 근처 부소산성과 낙화암, 고란사를 거쳐 한 바퀴 돌고 들어온다. 춘이 아우는 늘 부지런하다.

        

서동요의 전설이 깃든 궁남지     


아침을 해장국으로  채우고, 신라 선화공주와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궁남지로 향했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상징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한다. 그 기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너른 연못엔 버드나무가 호수에 닿을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고, 연못 중앙의 정자로 연결되는 목조다리가 연못의 풍취를 살리고 있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정원이라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신라의 안압지보다 40여 년 빠르다.  당시 삼국 가운데 제일 앞선 백제의 조경술은 일본의 정원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다.


연잎 가득한 연못에 아직 연꽃은 없다. 매년 7월이면 천만 송이 연꽃들의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리고, 10~11월에는 품격 있는 국화전시회가 열린다 하니, 그때는 서동요의 전설을 꿈꾸는 젊은 청춘들이 북적이지 않을까?

     

서동요의 전설이 깃든 궁남지


바람개비 길


어제 해가 지도록 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은 다소 여유가 있다. 익산 성당포구를 향해 달린다. 익산성당포구에 가까워지면서 둑 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린아이의 손처럼 예쁘고 앙증맞은 바람개비들이 우리들을 반기며 손짓한다. 그 모습이 예뻐 사진 한  누르지 않을 수 없다. 근처에 있는 '이장네 분식집'에서 골뱅이 국수주린 배를 채웠다. 당초 6시 예약한 버스를 한 시간 당겨 5시로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의 여유도 생겼다.    

      

성당포구 인증센터와 바람개비길

금강 하굿둑     


금강 하굿둑으로 가면서 점점 넓어지는 강은 마치 바다와도 같다. 금강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너그러운 서해 바다를 향해  마지막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역풍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달린다. 비릿한 냄새가 다. 정말 바다가 가까워진 것이다.     


3시쯤, 하구둑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높이 치켜들고 기쁨의 인증 샷을 날렸다. 그러나 오던 도중 길이 엇갈린 열이 형이 소식이 없다. 여러 번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애를 태우다가 어렵사리 통화가 되었다. 결국, 군산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합류했다. 잃어버릴 뻔했던 형을 찾았다.


비단결 같은 추억을 남긴 금강을 가슴에 안고 우등버스에 몸을 싣는다.


금강 하굿둑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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