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초, 잠시 쉬어가던 국토대장정 길을 다시 나섰다. 우리의 네 번째 강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다. 그동안 모두 1박 2일이었지만, 낙동강은 3박 4일 일정이다. 기간이 긴 만큼 모두 시간을 맞추는 건 그리 여의치 않았다. 결국, 새로운 멤버인 萬과 歲 아우는 아쉽게도 이번 라이딩에 함께 하지 못한다.
우리네 삶을 품어주는 강
낙동강은한반도에서 압록강, 두만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이고, 남한에서는 가장 긴 강이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시 매봉산 천의봉의 '너덜샘'으로부터 유로 연장 길이는 총 510km에 달하고, 자전거로 종주할 수 있는 길도 약 400km이다. 반면, 한강은 유로 연장은 481.7 km이고, 자전거 종주길은 약 300km이다. 나는 여직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이 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낙동강이 한강보다 더 긴 강이라는 사실을 이번 자전거 종주로 처음 알게 되었다. 특히, 낙동강의 발원지 '너덜샘'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우리 강산의 등줄기인 태백은 어머니의 가슴을 가진 산이다. 그 가슴이 내어준 두 개의 젖줄이 각각 영남과 경기 지역을 적시며 유구한 세월 동안 민족의 삶을 품어주고 있다.
낙동강과 한강 발원지
잘못 낀 첫 단추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가 11시가 조금 넘어 상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출발한 춘이 아우와 합류하여 선지해장국으로 소박한 출발을 했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보통 안동댐을 기점으로 시작하지만, 우리의 이번 라이딩은 상주 상풍교에서 시작한다. 안동댐은 향후 새재길 라이딩 때 출발점으로 하기로 했다.
낙동강 라이딩은 첫 단추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라이딩을 막 시작하려는데 열이 형 페달과 클릿 슈즈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청이 아우와 함께 근처 자전거점에 들르기 위해 부득이 잠시 헤어지고, 나와 춘이 아우는 상풍교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상풍교를 건너뛴 상주보였다. 열이 형에게 전화를 하니, 그 팀 역시 길을 잘못 들어 낙단보에 가 있었다. 상풍교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결국 우리는 상풍교를 포기하고 낙단보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낙단보 인증을 마치고, 인근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며 잘못 낀 단추에 대하여 상의를 했다. 오늘 인증을 못한 '상풍교'도 다음번 새재길 라이딩에 포함하기로 했다.
상주보와 낙단보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양
휴식을 마치고 구미보로 향했다.구미보에 도착할 즈음,해가 서서히 지고 있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석양을 만나는 일이다. 강가에는 오늘도 두 개의 태양이 떠있다. 하나는 서산마루에 떠있고, 또 하나는 강물에 풍덩 빠져 이글거리고 있다. 강물에 빠진 불덩이는 남은 빛조차 아낌없이 주고 가려는 듯, 제 온몸을 핏빛으로 풀어내고 있다. 문득, 정서진 공원에서만난 정호승 시인의 싯귀절이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