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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Sep 17. 2024

백운호수와 서해 5도

(‘23. 7.28/8.15.)

 열혈청춘, 몸집이 커지다


며칠 전, 열혈청춘 넷과 새로운 얼굴 둘이 저녁을 함께 했다. 새로운 멤버 환영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두 얼굴은 우리에게 초면이 아니다. 청이 아우와 오랜 친구로 지낸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 서로 익히 알고 지낸 사이다. 그들도 이미 2년 전 퇴직을 하고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아우의 합류로 우리 모임은 여섯이 되었다. 두 아우는 각각 만(萬), 세(歲)로 부르기로 하고, 우리 모임 이름도 자연스레 '열혈청춘만세(熱血靑春萬歲)'가 되었다. 건장한 체격에 마음까지도 넉넉한 두 아우가 합류하니 '열혈청춘' 때보다 훨씬 꽉 찬 느낌이어서 흐뭇하다.


백운호수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국토대장정 일정은 더위가 한 풀 꺾인 후 잡기로 했다. 대신 새로운 멤버와 자전거 합을 맞추기 위해 시간 나는 대로 당일코스 라이딩을 함께 하기로 했다. 새로운 완전체  '열혈청춘만세'의 첫 라이딩은 의왕시의 백운호수를 돌아오는 코스로 잡았다.

나의 백운호수 라이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지난 봄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한강과 탄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의왕시 백운호수를 찍고 안양천을 거쳐 돌아온 적이 있다. 그날, 천 따라 흐드러지게 펼쳐지는 벚꽃잔치에 흠뻑 취했었다. 그날의 환상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한 기억은 오래 가슴에 남을 만했다.


오늘은 '열혈청춘만세'  여섯 이서 백운호수로 떠난다. 찌는 더위를 경고라도 하듯 후텁지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7월 하순 이른 아침, 탄천 합수부에 모였다. 새로운 멤버의 합류로 더욱 설레는 출발이다. 여유롭던 라이딩은 탄천을 벗어나 맞닥친 하오고개부터 고행길로 바뀌었다. 끝없는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고개는 언제나 도전이다. 아직도 오르막만 보면 주눅이 드는 나는 더욱 그러했다. 새로 합류한 萬과 歲 아우는 첫 라이딩이 무색할 정도로 오르막을 잘도 치고 올라간다. 몇 년이라도 젊은 청춘이 부럽다.

의왕시내에 들어서 공도를 따라가야 하는 길은 이 코스의 또 다른 고역이다.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가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백운호수를 한 바퀴 돌고, 호수가 바라다보이는 음식점에서 매운탕으로 우리의 첫 라이딩을 자축했다.


돌아오는 길. 쏟아붓는 폭염 속 라이딩은 정말 고난의 길이다. 천 따라 달리는 길은 그늘 하나 없다. 달려도 달려도 쏟아지는 땀을 씻어내긴 역부족이다. 눈으로 스며드는 땀은 쓰라리고, 입술을 적시는 땀은 찝찔하기 그지없다. 똑같은 땀인데 몸은 각기 다른 반응을 한다. 온몸으로 뿜어내는 열기를 바람이 씻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텁지근한 바람이 오히려 열기를 더하는 듯도 했다. 결국 조금 돌아가 관악산 계곡에서 몸을 식히기로 했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등목을 하고 계곡에 앉아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지금 이 순간에 딱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그래도 우리가 오늘 사서 한 고생은 영원한 추억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천국과 지옥이 오가던 순간들


서해 5도


누구나 한두 번쯤은 가까운 서해 바다 섬들을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바퀴로 하는 여행은 누구나 쉽지 않은 경험이다. 오늘 우리 '열혈청춘만세'가 두 번째로 의기투합하여 함께 하기로 한 라이딩은 '서해 5도'다.


오이도, 대부도, 구봉도, 선재도, 영흥도.


새벽잠을 뒤로하고 8시 30분에 월곶역에 모였다. 5시부터 준비하고 나와야 이 시간에 맞출 수 있을 텐데 아무도 지각이 없다. 모두들 대단한 열정이다. 월곶에서 출발하여 소래포구를 지나 오이도, 시화호 방조제를 거쳐 대부도, 구봉도, 선재도, 영흥도까지 달렸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도로는 자전거 길이 별도로 없는 곳이 많다. 특히, 자동차 도로는 업다운도 심하여 더위에 지친 우리를 더욱 힘들게 다. 오늘이 광복절 공휴일이라 막바지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도로마다 차량들이 붐빈다. 당연히 달리는 차량과 위험한 동행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무더위가 극한 상황이지만, 섬과 섬을 이어 달리는 순간은 '행복'이라는 단어 외에 다른 말을 떠올리기 힘들다. 특히, 선재도에는 소위 ‘모세의 기적’이 벌어지는 목섬과 측도가 있다. 썰물 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바다가 갈라지듯이 섬으로 이어진 모랫길이 드러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축복처럼 바닷길이 열려있다. 몇 시간 전에는 바다였을 그 길을 따라 달린다. 깜짝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마냥 행복하다.


바닷길을 달리는 선재도와 공도(公道)


되돌아오는 길, 대부도의 특산 농산물인 포도농장에 들러 포도 한 박스를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옥수수 찐빵집에 들러 주린 배를 채웠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시달린 우리에게 최고로 행복을 주는 것은 물 만한 것이 없다. 갈증으로 타는 목을 축여주는 청량한 음료수 한 통은 그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소래를 돌아 오이도로 오는 길에 맞이한 석양은 고단한 몸을 또다시 행복에 젖게 한다.


100여 km를 달려 전철로 귀가할 수 있는 오이도로 돌아왔다. 즐비한 횟집들이 더위에 지친 우리를 부른다. 폭염 속 피로와 갈증을 한방에 날려 준 물회는 더없는 축복이다.


이제 곧 계절이 자리바꿈 하고, 우리는 머지않아 낙동강을 만날 것이다. 또, 영산강과 동해바닷길, 새재길, 오천길 등을 달릴 멋진 날들을 설렘 속에 기다리고 있다.


가자, 가자, 가자! 바퀴는 굴러가고, 강산은 다가온다.

소래포구의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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