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셰익스피어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 천둥 칠 때, 번개 칠 때, 아니면 비 내릴 때?”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맥베스》는 주인공의 등장이나 배경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대신 세 마녀가 등장해 첫째 마녀가 “우리 언제 다시 만날까? 천둥 칠 때, 번개 칠 때, 아니면 비 내릴 때?”라고 묻는다. 마녀들은 세 명의 운명의 여신을 연상시키며 천둥, 번개, 비 속에서 만남을 계획함으로써 혼돈과 어둠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곧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문장으로 이어지며 도덕적 질서가 뒤바뀔 것을 암시한다.
스코틀랜드 귀족 맥베스와 벤쿠오는 전쟁에서 승리 후 귀향길에서 마녀들을 만난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글래미스의 영주뿐만 아니라 코더 영주가 되고 결국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벤쿠오에겐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예언의 일부가 곧 현실이 되자, 맥베스는 아내의 부추김을 받아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다. 맥베스는 벤쿠오의 자손들이 왕이 될 거란 마녀들의 말이 실현될까봐 두려워 벤쿠오를 죽이지만 그의 아들 플리언스는 도망쳐 살아남는다. 불안감에 시달리던 맥베스는 잠재적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제거하며 폭군으로 변해간다. 맥베스의 아내는 죄책감 때문에 몽유병으로 시달리다 죽고, 맥베스도 맥더프와 왕세자 맬컴이 이끄는 군대에 의해 죽는다. 던컨 왕의 아들 맬컴이 왕위에 오르며 전복되었던 질서가 회복된다.
마녀들의 예언을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녀들이 글래미스의 영주(과거)인 것과 코더의 영주가 된 것(현재)을 맞혔을 때 맥베스는 내면에 잠들어 있던 야망이 깨어나 왕을 살해하고 자신이 왕이 된다. 맥베스의 이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자유의지에 의한 결과였을까? 운명이었다면 명예, 사랑, 친구들을 다 잃고 죄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맥베스의 모습은 인간의 연약함과 비참함을 보여준다. 자유의지였다면 양심을 기만하고 야망을 추구한 결과가 도덕적‧정치적 질서의 붕괴, 죄책감과 불안으로 인한 불면과 끝없는 유혈의 악순환을 불러온 어리석은 행위였다.
《맥베스》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간의 내면 심리를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권력에 대한 유혹과 양심의 갈등, 죄책감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로 몰아가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동시에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야망과 불안, 그리고 그것이 낳는 자기 파괴적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맥베스》의 짧고 강렬한 대사와 “Fair is foul, foul is fair”와 같은 반복과 역설은 이후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심리극과 정치 드라마의 전형을 세운 문학적 성취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