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1929)은 버지니아 울프(1882~1941)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성 칼리지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원고를 보강해 발표한 에세이다. 울프는 이 글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돈(일 년에 500파운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지금은 4000만 원 정도)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녀를 떠나 생활이 가능한 물적 토대와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은 작가에게 꼭 필요하다. 울프가 살았던 19세기와 20세기 초엔 중산층 남성에게는 가능했지만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조건이다. 여성에겐 오랫동안 재산권이 없었고 교육의 기회도 없었고 출산, 육아, 가사 노동 때문에 지적 활동을 할 수도 없었다.
성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갖기 힘든 조건을 가진 예외적 여성이었다. 아버지는 《영국인명사전》을 편찬한 지식인이자 작가였고 어머니는 귀족 출신의 자선가였다. 울프는 대학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택 서재의 장서들과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헨리 제임스, 조지 엘리엇 등과 교류했던 집안에서 지적 자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았다.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 후 레너드 울프(공무원, 작가), 클라이브 벨(평론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경제학자) 들과 교류하며 버지니아 울프도 ‘블룸스버리 그룹’의 일원이 된다. 그룹의 멤버였던 레너드와 결혼해 그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으며 자신을 위한 글을 썼다. 숙모에게서 유산을 상속받아 생활의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울프는 “나는 영국에서 쓰고 싶은 것을 쓸 자유를 누리는 유일한 여성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특권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울프는 여성 차별이 만연했던 사회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자신을 표현하며 살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생활의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라는 구체적 조건을 언급했고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여성작가들의 삶을 역사적으로 조망했다. 울프는 페미니즘의 선구자, 의식의 흐름 기법을 활용한 모더니즘 작가로 불리며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등 영문학에 길이 남을 위대한 소설을 남겼다. 십대에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 정신질환과 평생을 싸웠으며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을 준비하며 남편 레너드가 구설에 휘말리지 않도록 그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담은 유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