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받는 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지식인

《지식인을 위한 변명》, 장 폴 사르트르

by 김선우


“사람들이 지식인에게 던지는 비난만을 놓고 본다면, 지식인은 분명 큰 죄인임이 틀림없습니다. ”


《지식인을 위한 변명》(1972)은 사르트르(1905~1980)가 1966년에 일본에서 했던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지식인에 대한 비판에는 ‘지식인이란 자신과 무관한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이라는 비난이 깔려 있다. 사르트르는 실제로 지식인이 그런 특징이 있다며,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드레퓌스와 상관이 없는 작가, 학자들이 그를 지지하는 활동을 한 일을 예로 든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지식인이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중간에 위치한 애매한 존재다. 지배계급에 의한 교육 과정을 통해 지식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대다수가 지배계급의 이익에 봉사한다. 그러나 일부는 자신들의 연구 영역에서 발견한 보편적 법칙을 사회와 모든 인간에게 확대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지식인이 된다. 그들은 단순한 전문가나 학자가 아니다. 자신의 특권적 위치를 자각하고 피지배계급의 고통에 반응하고 개입하는 실천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첫 문장에서 언급한 당대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지식인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사르트르는 긍정하고 옹호한다.


사르트르는 문학가, 평론가, 실존주의 철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당대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지식인으로 그는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했고 프랑스의 68혁명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다. 시인 김지하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석방 호소문에 서명을해주기도 했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그의 선택과 발언은 오류도 있었고 그의 권위와 영향력이 큰 만큼 파장도 컸다. 그럼에도 거대한 산업자본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오늘날에 그의 지식인론은 유효하다.


1964년에 《말Les Mots》을 발표하고 그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사르트르는 “어떤 인간도 살아있는 동안 신성시되길 원치 않는다”라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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