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더 빠르게, 더 자유롭게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by 김선우

“아침, 새로운 태양이 잔물결 이는 잔잔한 바다에 금빛으로 빛났다.”

"Morning, the new sun sparkled gold across the ripples of a gentle sea."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나무옆의자

이 첫 문장은 단순한 배경 묘사가 아니다. ‘새로운 태양’은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변화, 깨어남,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갈매기 조나단은 먹이를 찾기 위해 비행하는 다른 갈매기들과 다르게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자유롭게 날기 위한 일에 집중함으로 다른 존재로 변화한다. 비행은 그에게 수행이고 존재 방식이며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조나단은 집단의 생존 규율을 거부한 대가로 공동체에서 추방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왜 사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조나단처럼 자기의 잠재된 가능성을 믿고 자기의 길을 간다면 더 높이 날아 오를 수 있을까? 이 책의 첫 문장은 어쩌면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존재로 변화한 조나단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리처드 바크 (Richard Bach)는 전직 공군 출신의 비행사로 비행을 영적인 체험의 은유로 표현했다. 《갈매기의 꿈》은 1970년 출간 이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우화처럼 보이지만 그 깊이는 종교적 신비주의와 실존주의의 경계까지 닿는다.


국내에는 2003년 시인 류시화의 번역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18년에 작가의 미공개 원고를 추가해 공경희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추가된 원고로 변한 결말은 이전의 암시적이고 아름다운 결말과는 달리 본질이 어떻게 변질되고 부패하게 되는지를 보여주어 다소 충격적이다. 개정증보판 번역가 공경희는 새롭게 추가된 4장에 대해 “예수 사후 이 세상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이 대목은 큰 가르침을 얻어도 근본적으로 변하기 어려운 인간 세상의 현실을 보여준다.”라며 “변하지 않은 세상을 아파하며 새롭게 비행을 꿈꾸는 갈매기 앤서니를 통해 작은 희망을 실려 보내 주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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