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줄을 서는 맛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문을 나서는 사람들 중에 이런 얘기를 하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딱히 특별한 맛도 아닌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니?"
항상 다니는 골목길에 몇 달을 채우지 못하고 수시로 간판이 바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곳은 터가 안 좋은 게 분명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습니다. 얼핏 세어도 올해만 업종이 3번이나 바뀐 그곳에 말 그대로 그냥 ‘밥’ 집이 들어섰습니다. 특색 없어 보이는 메뉴에 리모델링도 없이 들어선 밥집,
‘저 집도 얼마 못 가겠구나......’
그런데 개업 후 한 달을 버티더니 두 달째부터는 무슨 마법을 부린 것 마냥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고 소위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장사의 비결이 너무 궁금해서 줄을 서서 한 끼 식사를 해봤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수 십 분을 기다려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들여다봤습니다. 메뉴는 육개장,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4가지뿐. 육개장과 제육볶음을 시키고 한입 먹어봅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밑반찬과 시원한 국물은 과하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맛이었습니다. 저는 많은 맛집들이 들어오던 그 말을 속으로 되뇌어 봅니다. ‘딱히 특별한 맛도 아닌데?’
밥을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깍두기 한 두 개가 아쉬웠지만 밥도 거의 다 먹었겠다 그냥 먹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그런데 그때, 주인인가 싶은 아주머니가 깍두기 세네 개를 집어 반찬 그릇에 놓아주십니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은 그 작은 배려에 순간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난 후 고개를 들어 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마침내 장사의 비결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맛집의 비결은 ‘부담스럽지 않은 다정함’에 있었습니다. 그 부담스럽지 않은 다정함은 가게 곳곳에 묻어 있었습니다. 유독 편안한 식사였다고 느낄 수 있었던 널찍한 테이블, 마지막 한 숟가락에 필요한 깍두기 한 조각, ‘천천히 드세요’라고 적힌 안내판, 따라다니며 친절을 베풀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언제라도 따뜻하게 맞아줄 것은 같은 편안함이 손님들에게 스미고 있었습니다. 그 과하지 않은 편안함이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마음속 다짐을 하고 계산을 하려는 순간, 아까 주인이 아닐까 싶었던 아주머니가 실은 주인이 아니라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해주시며 건네는 주인아주머니의 한마디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편안하게 드셨나요?”
‘맛있게 드셨나요?’가 아니라 ‘편안하게 드셨나요?’라니.
매출을 신경 쓴다면 큰 테이블보다는 적당하거나 작은 테이블이 좋습니다. 그리고 손님의 회전율을 생각한다면 손님에게 ‘천천히 드세요’라고 선뜻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백반집은 마지막 한 숟가락에 얹을 수 있는 깍두기를 주며 손님에게 천천히 편안하게 먹기를 권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게 직원분의 인상도 참 좋았습니다. 보통 주인이 아닌 직원이 자신이 일하는 곳을 내 가게 마냥 챙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편안하게 드셨나요?’라고 물어봐주는 주인아주머니라면 직원을 대하는 마음도 가히 짐작이 되기에,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맛집의 비결은 특별한 ‘맛’에 있기보다 그 집만의 편안한 분위기에 있습니다. 특히 ‘과하지 않은 다정함’은 편안함을 전하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사람 중에도 ‘과하지 않은 다정함’을 지닌 맛집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특별히 중요한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그냥 편안함을 주는 사람. 잘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평소 그 사람의 생활 태도나 생각들이 표정이나 몸짓으로 발현되고 그것들이 그 사람의 기운을 이룹니다. 좋은 생각과 편안한 표정이 그 사람을 맛집과도 같이 찾고 싶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당신도 언제나 들르고 싶은 맛집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