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종일 쏟아지는 정보와 요구, 타인의 기대 속에서 나침반 없는 배처럼 표류하며 살아갑니다. 결국,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몰라 애꿎은 일에 정신을 쏟게 됩니다. 이 무질서한 상태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생사용 설명서’입니다. 그리고 이 설명서를 가장 명료하게 작성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입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끊임없이 격동하는 제국의 중심에서 내면의 고요함이야말로 모든 번뇌를 잠재우는 유일한 피난처임을 깨닫습니다. 그는 《명상록》 제4권 제3장에서 이 내면의 고요함을 ‘질서정연하게 잘 갖추어진 상태’로 정의하며, 우리에게 이 안온한 내면으로 물러나 쉴 것을 권합니다.
“고요함이란 마음이 질서정연하게 잘 갖추어진 상태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므로 늘 이 안온한 내면으로 물러나 자신을 쉬게 하고 다듬어 새롭게 만들어라. 당신이 마음에 깊이 새기고자 하는 삶의 원칙들은 간결하고 직접적일수록 좋다. 그 원칙들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모든 고민은 즉시 소멸하고 영혼은 맑아져, 불만 없이 마땅히 돌아가야 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새벽, 내면으로의 짧은 피신처
마르쿠스의 말처럼 새벽은 내면으로 '물러남'을 실천하기에 완벽한 시간입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펜을 들고 삶의 핵심을 명료하게 써 내려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생사용 설명서’를 쓰는 과정입니다.
이 설명서는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르쿠스가 요구하듯, 간결하고 직접적일수록 좋습니다. 너무 많은 원칙은 곧 ‘원칙 없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설명서에 써넣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자기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관’입니다.
‘나의 모든 행위의 중심이 되어야 할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것입니다. 예로, ‘정직’, ‘공정함’, ‘성장’, ‘배려’ 등 나무의 뿌리와 같은 근본적 가치입니다. 새벽의 명료함 속에서 핵심 가치관을 확정하십시오. 이 가치관은 앞으로 당신이 겪는 모든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간결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가치관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 원칙’입니다.
이는 특정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궁극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실천하기 위한 사전 준비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부정의 뜻을 전하는 말과 행동일수록 오래 생각한다’, ‘하루의 시작은 의미 있는 일로 채운다’, ‘남의 시간을 나의 시간만큼 소중히 여긴다’. 이러한 간결한 원칙들을 매일 아침 상기함으로써, 삶의 태도를 바꾸는 기반을 마련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장기 목표’입니다.
이는 현재의 노력이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입니다. 예로, ‘5년 후, 나는 평온함을 가진 아버지, 유능한 전문가, 또는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관리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와 같은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입니다. 이는 당신이 새벽에 행하는 일의 중요성과 꾸준함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는 과정입니다.
모든 고민을 소멸시키는 간결한 원칙의 힘
마르쿠스는 간결한 원칙을 상기하는 것만으로 “모든 고민이 즉시 소멸한다.”라고 단언합니다.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고민과 번뇌는 결정의 부재에서 비롯되기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원칙을 세워둔다면 손쉽게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유혹이나 제안을 받았을 때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통제 불가능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떠올리며 거절하면 그만입니다.
이처럼 새벽에 쓰는 ‘인생사용 설명서’는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기 위한 최고의 병법서입니다. 이제 가장 안온한 상태에서 간결한 원칙을 세움으로써, 인생의 크고 작은 전투를 승리로 이끄십시오.
<인생을 일으키는 새벽의 힘>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항상 쉽지 않습니다. 상대와의 관계가 금방이라도 끝나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손해를 감수하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은 거절하는 것이 맞습니다. 주저하는 자신의 마음이 거절을 ‘불가능한 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새벽 시간, 안온한 내면으로의 피신은 마음의 힘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마르쿠스의 지혜를 가슴에 새기며 ‘인생사용 설명서’를 작성해 갑니다. 먼저, 일상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인 ‘거절’에 관한 원칙을 세웁니다.
‘당신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시간이다’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은 결국 제대로 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거절의 원칙’을 설명서에 써넣고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그러자 새벽의 고요함은 마음의 소리를 한없이 증폭시켜 그동안 풀리지 않던 인생의 난제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이제, 거절의 순간 망설이지 않습니다. 나의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또 주저하는 마음이 든다면 상대에게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음을 알립니다. 이렇게 원칙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민 없이 거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