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상을 실천하려 할 때, 가장 강력한 방해 요소 중 한 가지는 바로 ‘완벽주의’입니다. “침구가 완벽하게 정돈되지 않았어”, “커피가 충분히 뜨겁지 않아”, “새벽에 할 일을 완벽하게 계획한 후에 시작해야 해.” 이 모든 것은 시작을 망설이게 만드는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완벽한 환경과 준비를 기다리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일, 즉 행동 그 자체를 영원히 미루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새벽 기상이라는 행위 자체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도전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제10권 제35장에서 세상의 모든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연의 감각 기관을 예로 들며, 이성이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해 설명합니다.
“건강한 눈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봐야 한다. ‘나는 오직 푸른색 사물만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병든 시력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코와 귀는 모든 냄새를 맡고, 모든 소리를 들어야 한다. 맷돌이 곡식을 받아들이듯 건강한 위장은 모든 음식물을 거부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을 명심하라.
마찬가지로 건강한 이성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태를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 자녀를 고난 없이 지켜달라’거나 ‘내가 하는 일마다 모든 사람에게 찬사를 받게 해달라’고 바라는 것은 푸른색 사물만을 보려는 눈이나 부드러운 음식만을 즐기려는 치아와 다를 바 없다.”
병든 시력을 버리고 이성의 맷돌을 가동하라
마르쿠스의 이 통찰은 새벽 기상 실천에 두 가지 중요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먼저, ‘푸른색 사물만 보려는 눈’을 버려야 합니다. 새벽 기상의 시작 단계는 결코 완벽하거나 고요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피곤하고, 때로는 알 수 없는 잡념에 시달리며, 때로는 생각지 못한 소음이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불완전한 현실을 ‘건강한 눈’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불완전함을 실패의 핑계로 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성의 맷돌’처럼 일단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합니다. 위장은 들어오는 음식물의 형태나 맛을 따지지 않고, 맷돌이 곡식을 받아들이듯 일단 소화하기 위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합니다. 우리의 이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새벽에 깨어났을 때, 완벽한 몰입 환경을 요구하며 ‘왜 집중이 안 될까?’라는 의문을 품는 대신, 일단 책상에 앉아 지금 자신이 놓인 환경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행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단 일어나서 앉는 것’이 가진 절대적 의미
새벽 기상 성공의 비밀은 ‘일단 일어나서 앉는 것’에 있습니다. 이 전략은 우리의 뇌가 불완전한 상태일지라도 행동하게 하는 관성을 갖게 만듭니다.
대부분 무언가를 시작하기 직전에 가장 큰 심리적 저항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펜을 쥐고 나면, 뇌는 이 상황을 ‘무언가를 할 준비가 된 상태’로 인식하며 저항을 최소화합니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대신,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 행동에 나서는 겁니다.
한편, 마르쿠스는 ‘자신이 하는 일마다 모든 사람에게 찬사받기를 바라는 것’은 병든 이성이라고 보았습니다. 새벽에 하는 일 또한 타인의 인정이나 완벽한 결과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내면의 욕구’의 발현, 그 자체에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완벽한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새벽 시간은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새벽 기상의 불완전함을 ‘이성의 맷돌’로 소화해 내는 훈련은 삶에서 마주하는 시련을 극복하는 힘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가르침대로 ‘병든 시력’을 버리고 ‘건강한 이성’을 회복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입니다.
<인생을 일으키는 새벽의 힘>
사람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한동안 유행한 ‘성격 유형 검사’는 사람의 성격을 외향형, 내향형, 계획형, 즉흥형 등으로 나눕니다. 다행히 전 새벽 기상에 유리한 ‘즉흥형’에 가깝습니다. 때론 부족한 계획 탓에 번거로움을 자처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 덕에 경험해 보는 것이 많습니다.
새벽 기상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기상 후의 상황을 생각해 봤습니다. 어떤 공간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또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 생각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상에 앉는 것’만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고 일단 책상에 앉았습니다. 첫날은 책상에 앉아 뭘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야말로 ‘병든 시력’으로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번 일어나 책상에 앉은 경험은 다음의 새벽을 좀 더 가볍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또 어느 날은 가벼운 산책을 하기도하고, 어느 날은 명상하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한동안은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제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고요한 시간을 나름 완벽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새벽 기상 실천으로 어느덧 8번째 책을 쓰고 있습니다.
마르쿠스가 말한 건강한 눈, 코, 입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망설임 없이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새벽 기상이 망설여진다면, 당장 내일 잠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