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늘 설레기 마련입니다. 첫사랑, 첫 면접, 첫 출근...... 40여 년을 살면서 겪은 처음인 경험들은 나의 삶의 활력이자 기쁨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중 제일을 꼽으라면 ‘첫 아빠’가 된 경험일 텐데요. 딸아이를 마주한 그 감격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말 그 순간이 눈앞에 재현되는 것처럼 생생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딸아이가 6살이 된 지금, 가만히 정신을 집중하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은 생생하지만 아이의 눈, 코, 입 그리고 품에 안은 감촉은 기억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어느 주말 오후였습니다.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거실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던 중에 아내가 딸아이의 발을 만지작거리며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채원이 발이 엄마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더 컸네.” 별생각 없이 듣다가 아내가 언급한 ‘손가락 세 마디’라는 구체적인 수치에 생각이 잠시 멈춥니다. ‘정말 손가락 세 마디 정도 커졌나?’
그리고 그날 밤, 아내와 맥주 한 잔에 야식을 먹으면서 “채원이 발이 딱 손가락 세 마디 정도 커진걸 어떻게 알아?”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는 이런 말을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채원이 처음 태어나고 나서 그 작은 아기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거야. 그중에서 보들보들한 발바닥이 최고로 귀여웠지. 그래서 그 발바닥, 발가락을 매일 만지면서 눈을 감고 혼잣말을 했어. ‘지금 이렇게 만지는 발가락의 감촉을 꼭 기억하자. 기억하자’ 그렇게 매일매일을 기도하듯 다짐하니까 지금 채원이 발이 딱 손가락 세 마디 정도 커진 걸 당연히 알겠더라고.”
그렇게 딸아이의 처음을 온전히 기억하려는 아내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처음은 늘 설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고 훗날 꺼내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처음’을 대하는 자세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보면 어떨까요? 온전히 마음에 새겨진 처음의 기억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 말이죠.
오늘은 눈을 감고 혼잣말을 해봅니다.
‘딸아이의 예쁜 미소, 안았을 때의 촉감, 오물거리는 입술, 목소리.... 꼭 기억하자.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