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일상입니다. 반복되는 출근, 때론 과중하다 느껴지는 업무, 그리고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정말이지 인생은 고통인듯합니다.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제대로 된 쉼을 얻는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인데요. 어떤 날은 출근하자마자 그날의 메뉴를 고민하며 잠시 힐링할 정도입니다. 한때 ‘먹방’ 열풍이 불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루는 아내가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전화 면담 내용을 들려주었습니다. 6살 딸아이가 밥 먹는 시간을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집에서도 어르고 달래야 겨우 한입을 뜨는 터라 어린이집에서의 광경이 눈에 선했습니다. 우리 딸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갓난쟁이 때부터 모유, 분유, 이유식 할 것 없이 ‘일단 안 먹어’를 시전 했었죠. 6살이 된 지금도 “채원아, 밥 먹자”라고 부르면 어디론가 쌩하니 달려가 숨곤 합니다. 어디선가 ‘굶기면 알아서 밥 달라고 한다’라는 글을 보고는 먼저 밥을 달라고 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봤는데, 10시간이 지나도 꿋꿋하게 버티더군요.
하루는 진지하게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채원아, 밥 먹는 거 즐겁지 않아? 아빤 점심시간이 너무 기다려지는데?”
그랬더니 아이가 답했습니다.
“밥 먹는 거 싫어. 맛도 없고 노는 시간 뺏기잖아.”
그랬습니다. 아이는 밥 먹는 것보다 노는 게 훨씬 좋았던 겁니다. 생각해 보니 사무실에서는 밥 먹는 거보다 좋은 걸 찾을 수 없어서 점심을 손꼽아 기다린 게 아닐까요? 아무리 곰곰 생각해 봐도 점심과 견줄 수 있는 건 ‘칼퇴’ 정도였습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노는 게 재밌다니, 정말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밥 먹는 게 싫다는 아이의 투정이 부럽기까지 하네요. 마냥 먹고사는 일에 치여 진짜 재밌는 일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 때면 저 멀리서 “ㅇㅇ아, 저녁 먹어.”하고 이웃집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들려왔습니다. 저희 어머님도 목청 좋게 제 이름을 부르곤 했죠. 그땐 밥 먹으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 이렇게 속상했을까요. 못내 아쉬운 눈길로 놀이터를 몇 번이나 되돌아보며 ‘밥 먹는 거 진짜 싫어’라고 속으로 외쳐댔습니다.
내일은 점심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는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딸아이처럼 밥 먹는 게 싫어질 만큼 즐거운 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