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봅니다

by 책밤

드디어 제대로 갖추고 떠나는 첫 캠핑,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호기롭게 출발해 봅니다. 주변에서 '무조건 처음은 소박하게 시작하라'는 조언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봅니다. 크레모아 랜턴을 사기 시작한 눈덩이가 구르고 굴러 승용차를 처분하고 suv를 마련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죠.


아무튼 첫 캠핑은 정말 부족함 없는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일단 가까운 캠핑장을 찾아 초보티를 좀 내봅니다. 그래도 큰 시행착오 없이 거처를 완성하고 짐정리를 끝내니 마치 무인도에서 살 방도를 마련한 듯 한 뿌듯함을 느낍니다. 맑은 자연 속에서 계곡 물소리 들으며 먹는 한 끼는 정말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캠핑 중에는 절대 핸드폰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여유를 누려봅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아이의 손을 잡고 근처 산책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아기자기한 새소리는 마냥 듣기 좋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길 중간중간 “아빠, 이것 봐”하며 손을 잡아끕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으니 낮게 핀 들꽃, 잔잔하게 깔린 이끼, 그리고 그 이끼 사이에 떨어진 자그마한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만 시선을 낮췄을 뿐인데 새로운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키 작은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보며 걷고 있었구나!’

우리는 때론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을 겪곤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바라보지 못한 세상에서는 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몰랐던 거죠. 이렇게 자신만의 시야에 갇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없을 때 ‘산책길에서 쪼그려 앉는 방법’을 추천해 봅니다.

이번 산책길은 아이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천천히 걸어봅니다. 그러니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그동안 아이가 왜 천천히 걸었는지 말이죠. 지금껏 눈앞의 목적지만 보고 걷느라 바닥에 떨어진 아기자기한 열매와 예쁜 돌, 그리고 색색의 나뭇잎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산책길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끽하려다가는 저녁시간에 늦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둘러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의 작은 손에는 엄마에게 준다며 주워온 이름 모를 빨간 열매 하나가 쥐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아내에게도 새로운 세상 하나가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