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주어 건너는 일

by 책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신체에 다양한 증세가 나타납니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사람, 말을 더듬는 사람, 몸이 뻣뻣하게 굳는 사람...... 그럼 긴장은 왜 하는 걸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평소 겪어보지 않았던 상황을 맞닥뜨리거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재현되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딸아이와 저녁 산책을 나왔습니다. 반쯤 채워진 달빛과 길가의 가로등이 제법 환합니다. 6살이 된 딸아이의 킥보드 속도를 따라가기가 조금 버겁습니다. 그러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작은 돌부리에 킥보드가 걸려 넘어져 아이가 한바탕 울음을 쏟아냅니다.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고 다시 길을 걸어봅니다. 그런데 아이는 한 번 넘어졌던 터라 노면이 고르지 못한 길에 들어서면 킥보드를 꽉 움켜쥐고 몸이 경직되더군요. 그렇게 힘주어 건너는 길에서 또 한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불현듯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겨 울먹이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채원아, 오히려 힘을 빼면 울퉁불퉁한 길이 쉬워져.”


아이는 의심의 눈초리로 잠시 저를 올려다보고는 장난스럽게 몸을 한번 흐느적대더니, 좀 전보다 유연하게 킥보드를 밀며 나아갑니다. 손잡이를 꽉 잡았던 손은 적당히 느슨해졌고, 뻣뻣하던 몸은 적당히 부드러워집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채원아, 힘주지 않아도 돼.”

아이는 유연해진 몸놀림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물 흐르듯 건넙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엄마에게 “아빠 말이 맞았어! 정말 대단해”라며 연신 엄지 척을 해줍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시련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때론 너무 힘을 주어 일을 그르치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에는 ‘힘 빼기’를 잘하는 사람이 시합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니 인생의 시련 앞에서 너무 힘주지 말고 적당히 느슨해져 보는 건 어떨까요?

맞습니다. 너무 힘주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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