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택시, 가이드, 유심, 기타 물품
고순도 P가 치밀한 계획을 하려니 힘들었다.
나름 여행 가기 전에 미리 준비했던 것들인데,
진성 J가 보기에는 저게 무슨 준비냐고 할 수도 있겠다.
1. 텡게(KZT, Tenge) 환전(feat. 신한 SOL트래블 체크카드)
* 카드 광고 아니다.
여전히 현금만 가능한 곳이 많을 것으로 사료되었다.
얼마나 환전을 할지는 계산하지 않았다.
길 가다 과일 사 먹고 선물 사고 쌈싸 사 먹을 비용까지 촘촘히 계산할 수는 없었다.
(가이드 비용으로 쓸 달러 제외)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바로 환전할 방법이 필요했다.
일단 텡게 환율은 크게 1텡게=3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는 2.6원 조금 넘는다.
1) 환전 수단
보통 트래블 뭐시기 카드를 발급받으면 현지 ATM 출금과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 트래블로그, 트래블월렛으로 크게 나뉘는 듯
문득 작년 가을에 출국하기 전 급하게 신한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발급받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서류 뭉치를 뒤져 꺼내보니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카드다.
얘도 트래블이니까 어쩌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텡게 거래가 가능하다.
* 카드가 없다면 일주일 이상 여유를 두고 미리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여행에서 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이번에야 처음으로 개시하게 된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https://www.nge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7762
(신한 쏠트래블 체크카드, 거래 가능 통화 30종→42종 확대)
텡게는 불과 1년 전에 추가되었다.
42개국 통화라서 웬만한 곳은 사용이 다 될 듯하다.
2) 사용 방법(원화 -> 텡게 환전)
신한은행 계좌가 있으면 환전 수수료 없이 사용 가능하다.
(신한은행 앱 전체 메뉴에서 아래 스크롤 - 외환 - SOL트래블)
알마티에서 결제할 때마다 반응 좋았던 고양이 카드
입금(환전)을 누지른다.
'텡게'를 입력해서 검색한 다음에,
선택하고,
신한은행 계좌 잔고에서 얼마를 환전할 것인지 입력한다.
원화로 입력해도 되고, 정확히 원하는 텡게 금액이 있다면 텡게로 입력해도 자동 계산된다.
그리고 아래로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 입금(환전) 완료.
이제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 출금할 준비가 다 됐다.
잔고 모자라면 언제든지 신한은행으로 입금하고 환전하면 된다.
* 단, 인터넷이 되어야만 한다.
* 여행 마치고 텡게가 남는다면 원화로 다시 입금(환전)이 가능하다.
3) 현지 ATM 사용 방법
이 카드는 현지 ATM 출금 수수료도 없다.
카스피뱅크(Kaspi Bank), 할릭뱅크(Halyk Bank)가 가장 자주 보이니 거기에서 출금하면 된다.
* ATM은 러시아어로 Банкомат (보통 카작어, 러시아어, 영어를 지원한다)
혼자 다닐 때는 앱으로 굳이 환전 안 해도 되는 하나 VIVA X 체크카드를 주로 썼었다.
이번에는 계획형 모드니까 걔는 서브로 하고,
안전빵으로 '텡게 가능!'을 내걸고 있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써봤다.
돈 빠져나갈 때마다 바로 기록도 되고 생각보다 더 잘 사용했다.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이면(숙소, 항공권 비용 결제하면 충분히 가능) 라운지 이용권도 지급한다.
다만 인천공항 라운지는 '쾌적'과 거리가 다소 멀어졌다.
한참 줄 서서 들어가는 라운지라니.
2. 얀덱스 고(Yandex Go) 앱 카드 등록
러시아의 '얀덱스고'는 동남아 지역의 '그랩', 서유럽의 '볼트'같은 앱이다.
러시아 외 주변 일부 국가에서도 사용하는 듯하다.
전에 러시아 카드를 등록해서 쓰고 있었는데 만료일이 지나 있었다.
카드 하나로 쓰고싶어서 SOL트래블 체크카드로 등록 완료했다.
* 생각해 보니 전에는 택시 어플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지나가던 자가용을 불러 세워서 가격 흥정하고 목적지로 가는 게 당시 주요 이동 수단이었다.
알마티 외곽에서는 여전히 그런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3. 현지 가이드 수배
알마티 경력이 충분히 차고 넘치게 고여있는 지인께서 오래 알던 사이라며 소개를 해주셨다.
고려인인데 할머니 때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사셨다고 한다.
몹시 매우 정말 친절하심.
한국어로 깨알 같은 대화까지는 어려우나 여행에 지장 없을 정도로 충분히 하신다.
따라서 러시아어권이 낯선 여행객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이미 한국인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 걸로 보였다.
다만, 모든 여행 계획을 세심히 챙기는 가이드보다는 기사(driver)에 좀더 가깝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계획대로 안될 때 타격을 크게 받는 타입이라면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꼭 물어보고, 현금도 필요 이상으로 두둑이 챙겨 두고...
* 차량은 4륜 구동 토요타 에스티마. 4명이 여유롭고 편하게 다녔다.
4. 유심(Beeline, 빌라인)
글 제목이 무색하게도, 이 부분은 미리 준비해 간 게 아니다.
* 이리저리 알아보는 과정에서 눌러두려던 P가 급발진하는 바람에 그냥 현지에서 구매하는 걸로 결론 내버렸다. 차라리 러시아어를 못했더라면 아마 좀 더 치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밍이라든지 다른 e심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 가격이 그 가격일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품었다.
공항에서 유심을 바로 살까도 했는데 숙소와 멀지 않은 곳에 통신사 직영점이 있어서 바로 택시를 잡았다.
*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냥 공항에서 사도 된다. 입국장 문을 나오자마자 맞은편에 보이니께. 시내와 가격 차이가 나는지는 모름.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공항에서는 기다리지 않으므로 차액 이상으로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케이셀(Kcell)을 사용했었고 이번에는 빌라인(Beeline)을 선택했다.
전역에서 잘 터진다는 얘기도 있고 직영점이 가깝기도 했다.
그리고 꿀벌, 호박벌이 귀여우니까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자마자 현금을 뽑고 유심을 사러 나섰다.
어른 두 분은 숙소에서 쉬고 계시라 하고, 휙휙 처리하고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갈 심산이었다.
과거*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열린 느낌으로 싹 바뀌었다.
* 특히 은행이 굉장히 폐쇄적이었다.
입구에서 직원이 방문 목적과 이름을 묻고 접수한 후 대기번호가 193번이라고 얘기해줬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한참 기다렸다.
같이 기다리던 룸메는 일처리 속도가 마치 미국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고객이 인간적으로(по-человечески) 이렇게 기다리는 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1시간을 훌쩍 넘겨 창구에 앉았다.
인터넷으로 대충 가격은 보고 갔는데, 직원한테 물어보니 그건 의미 없는 정보였나 보다.
- 여행으로 일주일 정도 머무를 거고, 데이터하고 전화 정도 조금 사용하면 될 것 같은데 얼마인가요.
- 7,999텡게요. 데이터는 무제한입니다.
- 홀리... 찾아봤던 것보다 비싼데요?? 데이터 무제한 아니어도 되니까 더 싼 유심은 없어요?
- 없어요. 옆에 그분도 같이 쓸 건가요? 1,000텡게만 추가하면 유심 2개 발급되는데 그건 어떻습니까?
- 어휴 콜.
프라이스 리스트(price list)라도 보여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어 그냥 결제했다.
나머지 두 사람이 물도, 먹을 것도 없이 완벽히 숙소에 고립된 채 한없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심카드가 없는 이쪽과는 연락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계산대로 가서 카드나 현금으로 비용을 결제하면 담당 직원이 여권 사진을 찍고 심카드를 등록해 준다.
그렇게 1인당 1만원 가량에 심카드 2개를 얻었다.
e심도 가능한데 와이파이 잡고 앱 설치하기 귀찮아서 그냥 실물로 달라고 요청했다.
* 뜯어서 집어넣고 빼고 하는 것도 못지않게 귀찮긴 하다. 나중에 귀국 대비해서 심카드 교체할 때 쓸 클립도 하나 돌라캤다.
그리고 비행기모드 켰다가 끄면 LTE 작동 완료.
말벌 아저씨 스피드로 매장을 떠났다.
5. 그 외 물품
개인 여행이었다면 절대 챙기지 않을 물품들까지 널널하게 챙겼다.
사람이 4명(=위탁수하물 4개)인데다 결정적으로 어른들도 계셨으므로.
앞으로도 가볍게 참고하면 될 것 같다.
1) 커다란 보냉/보온병
- 계절이 여름인데다 도로나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듯함.
- 얼음 넣어두면 지치신 듯 할때 석류즙 냉포션 제작 가능.
- 아침에 직접 뽑은 핸드드립 커피 테이크아웃 가능성 있음.
-> 예상한대로 사용했다.
2) 보냉백
- 투어로 인해 식사 제대로 못할 경우를 대비한 간식용 가방.
- 아침을 보통 숙소에서 해결하므로 냉장식품 구매할 경우 장바구니로 사용.
- 샌드위치, 얼음물, 과일, 치즈, 마유주(?) 캐리 가능.
-> 식사는 실제로 제시간에 할 수 없었다.
-> 따로 1박했던 자연 속 숙소에 냉장고가 없어 뜻밖에 기막힌 아이템이 되었다.
3) 풀리오 마사지기
- 종아리 꾸악꾸악하는 보라색 그것
- 매일 최소 1만보 이상 예상하였음.
-> 1만보는 무슨, 걸음수는 넉넉히 1만보를 넘겼고 일주일 동안 풀충전 4번이나 하면서 사용했다.
4) 상처용 밴드 포함 상비약
-> 샌들에 짓눌려 아픈 룸메 발가락 보호에 아주 유용하게 쓴 쿠로미 반창고
-> 말 타고 와서 치명적일 정도로 깎인 HP를 간신히 보전한 애드빌, 타이레놀
엄청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써내려갔는데 생각보다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글쓰기는 자아성찰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