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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고원(Плато Асы)으로 출발

기가 막힌 화덕빵

by 해일

‼️ 가이드와 대화한 내용까지 적다가 분량 조절 실패




이튿날 일정은 아씨 고원(Плато Асы)이다.

진심 어린 추천을 받아서 일정에 넣었는데 그쪽 날씨가 영 끄물끄물하다.

왕복에 최소 5시간은 걸릴 것 같아서 간식 가방을 열심히 챙겼다.

*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식사 시간이 보장될 확률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아침은 저속노화스럽게 달걀 샐러드와 케피르로 간단히 끝냈다.

* 엊저녁 한국보다 저렴한 달걀값에 두 팩 살 뻔했다.

* 요거트와 흡사한 케피르, 잘 활용하면 변기를 아주 박살내버릴 수 있는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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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어라서 새벽 출발할 필요 없이 편하게 숙소 앞으로 9시까지 나갔다.

한 달 전부터 연락하던 가이드 보바씨와 마침내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제가 연락드렸던 사람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 네, 반갑습니다. 당신 고객들 모두 한국 사람인가요?

- 제 고객들이요?

- 당신 저 사람들 가이드 아님? 한국인이에요?

- 네, 저도 고객인데요...

- 아, 러시아어를 하던데 한국인 같지는 않길래 고객들 데리고 투어가는 줄 알았지. 하하.


내 외모가 전혀 스파이시하지는 않은데 투어의 투어쯤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도 영 틀린 말은 아니므로 '내 고객님'들 문의에 따라 통역을 하기 위해 조수석에 앉았다.

보바씨가 인원수에 맞게 생수를 사다 놓으셨다.




차량은 알마티 시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동쪽으로 향했다.

아래는 보바씨가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언급하셨던 곳들]


Жетысу-Семиречье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고 하는 시장인데 따로 들러볼 시간은 없었다.


왕커다란 쇼핑센터 Aport Mall

보바씨에 따르면 알마티 시내 도스틱 플라자보다 규모가 크다.

이곳도 따로 갈 시간은 없었음.




- 가는 길에 쌈싸 맛집이 있는데 좀 먹어볼래요?

- 무조건 콜이요.

- 접수. 거긴 화덕에서 굽는 곳이라 진또배기임.


과연 가다 보니 길가에 사람이 모인 가판대가 보였다.

화덕도 여러 개 있고 온갖 차가 주차돼있는 걸로 보아 인증된 맛집 같았다.

저 너머 건너편에 정차한 커다란 트럭에도 기사가 운전석에 앉아 여기서 산 빵을 오물오물 뜯어먹고 계셨다.

귀여워서 심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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ЖЕТIСУ ТАНДЫР НАН САМСА 뭐시기인데 지도에서 찾기 실패.

손님들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 한국인 집단을 흘깃대며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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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고기소가 들어간 화덕빵 самса(쌈싸) 400텡게,

동그랗게 넙데데한 빵 нан(난) 300텡게

* лепёшка(리뾰시까) = нан(난)


간단한 음료, 디저트, 만두도 팔고 있다.

오랜만에 까르또시까(картошк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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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잔뜩 주물러서 만드는 응아 모양 초코파이가 핫했었다. 그것과 조리법까지 어느정도 유사한 초코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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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니 먹을 때 조심해야 하는데 그래도 호떡의 설탕 용암을 이길 수는 없다.

아침을 먹었으므로 2인 1쌈싸 했으나 하나씩 다 먹어도 될 뻔했다.

그래서 여긴 돌아오면서 한 번 더 들렀다.

다들 눈에 쌈싸가 뿅뿅했음.

난도 2개 포장해서 다시 차에 올랐다.




⛰️ 가는 길에 이것저것




1. 보바씨는 낚시를 좋아한다.

알마티에서 60km 떨어진 캄차카이 호수에서 낚시를 할 수 있는데 원하면 도구까지 챙겨주신다고 한다.

라이센스를 사면 저쪽 산 너머 콜사이 호수 근처에서도 낚시가 가능하며, 주로 잡히는 어종은 송어(форель).




2. 조금 더 가다 보니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자가용 택시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냥 손을 흔드는가 하면, 검지를 뻗어 땅을 향해 동글동글 원을 그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동글동글은 처음 봤다.


- 저렇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건 무슨 뜻이에요?

- 도시마다 있는 원형교차로까지 태워달라는 거에요!


궁금증 해결 완료.




3. 도중에 이식(Иссык)이라는 작은 행정구역이 보였다.


- 여기를 지나가면 이식 호수로 갈 수 있어요.

- 오 거기도 아름다운 곳입니까.

- 이식 호수는 그저 그래요. 젊은 애들이 아가씨들하고 데이트나 하러들 가지.

- 보바씨도 젊을 때 아가씨들하고 다녔었어요?

- 아잇...네...뭐 그렇죠.




4. 광야같은 곳에 무덤같은 게 보였다.

얼마 지나지않아 그 유적지와 관련된 박물관도 보였다.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историко-культурный музей-заповедник Иссык


보바씨가 일러준대로 이식 쿠르간(Иссык Курган, Issyk Kurgan)을 검색했다.


무덤 주인을 황금맨같은 명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기원전 유물도 잔뜩 발굴됐다.

세계사 책에서나 보던 ‘스키타이인’으로 추정되며 카자흐스탄 곳곳에서 이 황금인간 무덤이 발견됐다고 한다.

무려 저런 물품들을 사용하던 민족이 진작부터 이 초원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임.


보바씨는 알마티 시내 국립고고학 박물관에서 황금인간 동상을 볼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어쩐지 여기저기 표범이 보인다했더니 이곳 유물과 관련이 있나보다.

카자흐스탄 살면서 정말로 일만 했었군, 같은 자조적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5. 길가 여기저기에 수박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킬로그램당 180-200텡게다(10킬로그램짜리 수박 하나 = 약 5천원).


- 수박 하나 살 수 있을까요?

- 이따가 더 시골로 들어가면 킬로그램당 50-60텡게짜리도 나와요.


6월 중순~말에 시장에 나온 수박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들여오는 거라고 한다.

그로부터 보름쯤 지나 카자흐스탄 수박이 출하되기 시작하면 가격이 더 떨어진다고 함.

7월 말~8월 초가 수박 피크인 모스크바보다 빠르다.




6. 목적지 근처 지역 투르겐(Турген)에는 배, 사과, 복숭아가 주렁주렁한 과수원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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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냥 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풀 덮인 산이다.




7. 도로 양쪽에 말과 소가 굉장히 많다.

FullSizeRender.7HEIC.jpg?type=w773 지나가다 쓱




아씨고원 가는 길은 일레알라타우 국립공원(Иле-Алатауский Национальный парк) 안으로 들어간다.

IMG_0901.JPG?type=w773 날씨가 이 모양이었다.

입장료는 차량 한 대당 가격으로 차종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듯 했다.

우리 차는 현찰 2000텡게를 지불했다.

카스피 은행 큐알코드로 지불할 수도 있는데 이쪽은 여행객이므로 그건 옵션이 아니다.

* 이곳뿐만 아니라 관광지 같은 장소를 갈 때마다 입장료를 낼 현금을 충분히 준비해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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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어디론가 데려갈 차를 잡던 사람 / 자작나무가 눈에 띈다

입구를 지나자 왼쪽에 군인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보바씨는 그들이 군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안전요원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본격적으로 산에 완전히 포위된 길이 이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과연 실종사고 수습할 인원이 필요해 보였다.


휴식 장소인 비짓센터(Visit Center)가 곳곳에 있었다.

물가에 차를 세워두고 샤슬릭 굽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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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오프로드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비짓센터 앞.

건물은 안 찍고 도로만 냅다 찍어놨는데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1인당 100텡게를 지불하고 화장실에 한 번씩 다녀왔다.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다녀오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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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짓센터 맞은편에는 계곡이 있다.

석회 성분인지 물색이 뿌연 것이 아맛나 아이스바가 연상되었다.

유속이 몹시 빨랐고 담근 손이 마비될 것처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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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쩌는 곳에서 맑은 공기에 폐 청소도 하고 하하호호 풍뎅이도 찍어줬다.

곧 다가올 미래는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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