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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연 Nov 13. 2022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들 in 남산 둘레길

파노라마처럼 서울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지난 주말 남산 둘레길을 걸었다. 늦은 가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었다. 가을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둘레길 진입로가 매우 많아 도심 어디서든 진입이 쉬우며, 걷기 힘들지도 않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길이었다. 나도 오빠와 곧 지나갈 것만 같은 2022년의 가을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어 주말 아침, 남산 둘레길로 향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는 ‘남산타워’이다. 서울 N타워로 불리는데, 서울의 상징인 만큼 가볼 만한 곳이다. 하지만, 이 공간의 더 큰 매력은 ‘남산 둘레길’이라는 걸 이번에 발견했다. 남산을 중심축으로 잘 닦인 7.5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걸을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바뀌는 서울의 풍경을 즐길 수 있더라.

장충단공원에서 시작!


동그란 둘레길이기 때문에, 출발은 여러 곳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동국대학교 입구가 있는 장충단공원에서 시작해 한남동을 지나 다시 장충동으로 복귀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장충동 출발지의 장점은 1) 장충단공원 산책 가능 2) 트래킹 후 장충동 족발 + 유서 깊은 태극당 빵집에 방문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꽤 이른 아침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트래킹을 준비하는 인파가 꽤 많았다.

빨강+노랑+초록

모든 갈림길마다 대부분 이정표가 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지 않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루트이다. 장충단 공원에서 계단을 약 10분 정도 오르면 본격적인 둘레길이 시작된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 좌측 길을 선택했다. 마침 단풍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 눈이 즐거웠던 트래킹이었다.

국궁의 요람인 석호정에서 국궁 경기도 구경하고, 남산 야외식물원을 지날 땐 조금 더 잘 가꿔진 나무와 식물들을 감상했다. 한양도성 유적과 뒤에 뻗어있는 남산타워의 조화는 이질적이면서도 어울렸고, 이밖에도 둘레길을 걷는 동안 사색의 공간, 소나무길, 실개천 등 지루하지 않은 풍경이 계속 나타났다. 익숙함 속의 변주가 계속되는 기분이었다.


두 시간 반, 약 8km 정도를 걷고 나니 원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걸으며 운동했으니 죄책감(?) 없이 장충동 족발골목으로 향했다. 모든 족발집이 북적거렸다. 우리는 추천받은 평안도 족발집에서 족발+막국수+맥주 조합으로 배를 채웠다. 진짜 내 글솜씨로 표현이 안 되는 맛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동대입구, 장충동의 상징이자 자랑인 빵집 ‘태극당’에 들렀다. 1946년부터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빵 집계의 클래식 of 클래식. 화려함과 기교가 조금 버거울 때 생각나는 건 결국 단순한 클래식인 것 같다는 걸 태극당을 보며 느꼈다. 요즘은 정말 소위 인스타에서 핫한 빵, 케이크, 도넛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지만 가끔은 다 비슷하게 느껴지고, 오리지널이 제일 끌릴 때가 있다. 태극당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날 저녁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1983년의 남산..

서울은 참 매력적인 공간이자 도시라는 걸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빌딩 숲 + 자연, 역사+ 트렌드 등 다양한 키워드가 공존하며, 각 동네마다 특색도 제각각이라, 서울을 돌아다닐 때면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남산 둘레길도 좋은 일상 속 여행지중 하나였다. 다른 계절의 모습이 궁금하니 겨울, 봄, 여름에도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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